야수 쪽을 살펴보면, 적어도 18일(한국시간)까지는 크리스 테일러(35)였다. 테일러는 2014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16년 시애틀과 다저스의 트레이드 당시 잭 리의 반대 급부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테일러는 시애틀에서도 백업 선수로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스타들과 돈이 넘치는 다저스에서 테일러의 경력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테일러는 그 경쟁의 무대에서 무려 10년을 버텼다. 화려한 주전 선수는 아니었지만, 팀이 필요할 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선수가 바로 테일러였다. 2루수, 유격수, 3루수, 그리고 외야 전 포지션에 나가며 다저스의 로스터 운영에 큰 유동성을 제공했다. 공격도 리그 평균 이상은 하는 선수였다. 20홈런 이상 시즌이 두 번이나 있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2021년에는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잡초 야구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는 다저스와 4년 총액 6000만 달러(약 834억 원)에 계약하면서 돈방석에 앉기도 했다. 그는 존중받는 동료이자, 또 존경받는 동료이기도 했다. 팬들도 사랑하는 선수였다. 큰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2017년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017년 휴스턴과 월드시리즈, 2018년 밀워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등에서 공·수 모두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결국 다저스는 테일러의 올해 잔여 연봉 1275만 달러를 포기하고, 테일러를 19일 양도선수지명(DFA)했다. 이날 다저스는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토미 에드먼을 26인 현역 엔트리에 등록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 로스터에서 빠져야 했다. 당초 에드먼의 부상을 틈타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김혜성이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줄 알았지만, 김혜성이 콜업 이후 5할 타율에 육박하는 대활약을 펼치면서 말이 달라졌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지키고, 결국 테일러를 양도지명했다. 테일러는 19일 경기 전 이미 클럽하우스에서 짐을 싸 떠났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리 통보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들은 “언젠가는 올 일이었지만, 타이밍은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말로 다저스 결단의 고뇌를 짚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쉬운 결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어려웠던 결정”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성적을 놓고 보면 당연히 김혜성을 남기는 게 맞지만, 테일러가 차지했던 비중이나 경험,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의 리더십과 팬들의 사랑을 생각하면 마냥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팀 동료이자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수 출신인 프레디 프리먼 또한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큰 신뢰를 받는 완벽한 프로 선수였다. 그는 항상 굶주린 상태로 더 나아지고 싶어 했다. 그는 우리가 누렸던 성공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하나의 사람, 노력, 팀메이트, 그리고 선수로서의 그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하다”면서 존경의 의미를 드러냈다. 냉정한 메이저리그의 비즈니스 세계지만, 다저스 팬들과 구단, 그리고 동료들에게는 굉장히 감성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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