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문 부수고 들어가겠다' 복창"…특전사 참모장 증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윤창원 기자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부하들에게 "'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곽 전 사령관의 지시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다"고 복창하고 얼마 뒤 이뤄졌다고 했다.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준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준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곽 전 사령관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인물이다.

이날 법정에서 박 준장은 누군가와 통화하며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다"고 복창했다고 말했다.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어떤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15분 정도 걸리는 걸 5분 줄여 말할 정도로 조급해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헬기 출동 등과 관련해 누군가로부터 독촉하는 듯한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은 이후 이상현 1공수여단장과 김현태 707단장 등에게 "'유리창을 깨라', '국회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표결 못 하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면서 "'끌어내라' 지시가 나오는데 매우 충격적 지시라 (당시 옆에서 함께 들은) 작전처장과 정보처장이 눈을 마주치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증언했다.

박 준장은 비상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공포탄, 테이저건 사용을 대비해 지침과 권한을 요청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박 준장은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소음효과 등을 위해 지침을 달라고 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계엄 당시 상황을 이후 메모로 작성해 둔 경위와 관련해 "너무 엄청난 사건이었고, 큰 문제가 되고 잘못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기록해 놔야겠다고 생각해 기록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준장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내란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고 법정형도 사형, 무기징역을 포함하고 있다 보니 증인도 지휘통제실에 일찍 간 게 신경 쓰이지 않았느냐"며 군검찰 진술 배경을 물었다.

이에 박 준장은 "일이 끝났을 때 사령관에 대한 신뢰 문제나 부하들과 저희들이 느끼는 배신감 이런 게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에 그런 내용(일찍 지휘통제실에 간 이유)도 있었지만 특별히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검찰이 추가 기소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의 모두절차도 진행됐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권한을 남용해 군·경에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내용 등의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주장 등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검찰이 내란죄 성립을 자신하지 못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중간중간 눈을 감고 있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인정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혹시 주무시는 건 아니죠"라고 묻자 자세를 고쳐 잡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5차 공판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15분에 열리며, 이날 재판에서 예정됐다 미뤄진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에 대한 증인 신문 등이 진행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재판에 이어 두 번째로 지상 출입구로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을 지나쳤지만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오전 재판을 마치고 나가면서 기자들 질문에 "변호인이 얘기하시죠"라고 발언한 것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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