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0 °
이코노믹리뷰 언론사 이미지

한국 새 정부,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어떻게 맞설까?

이코노믹리뷰
원문보기
[황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 말해왔다. 그는 협상을 심리전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전술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업가적 협상 철학은 2025년, 그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오면서 외교 무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중동의 화려한 환대와 대규모 투자 거래, 중국과의 관세 전쟁 이후 협상, 영국과의 조기 무역합의까지—모두 '트럼프식 딜'의 실험장이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각기 달랐고, 평가는 엇갈린다.

중동: 화려한 대우, 실속은 그들 몫

2025년 5월 14일, 사우디에서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가 도하 착륙을 앞두고 카타르 공군의 호위를 받는 장면. 걸프 국가들의 극진한 환대를 상징한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5월 14일, 사우디에서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가 도하 착륙을 앞두고 카타르 공군의 호위를 받는 장면. 걸프 국가들의 극진한 환대를 상징한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카타르·UAE와의 거래를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약 2조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실투자는 7천억달러 수준이고 대부분 양해각서(MoU)에 불과하다. 1기 때도 4,500억달러 계약이 실제 집행은 3천억달러 미만이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익은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동 3국은 무기 구매, 원자력 기술 이전, 외교적 보증을 확보하며 전략적 이익을 챙겼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낙타 행렬과 사이버트럭 퍼레이드, 4억 달러 상당의 에어포스원 대체기 제공 등을 언급하며, 걸프 국가들이 트럼프를 국가 수장 이상으로, 마치 '왕족처럼' 대우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달인"을 자처했지만, 정작 중동의 "비위 맞추기식 외교"로 미국이 얻은 건 일자리와 수출 증가라는 단기 성과에 그쳤고, 핵기술과 첨단산업 주도권을 넘긴 장기적 부담을 남긴 거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압박과 버티기 끝에 얻은 절충안

2025년 5월 10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통상 협상 회담에서 스콧 베슨 미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5월 10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통상 협상 회담에서 스콧 베슨 미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2기 대중 협상은 그야말로 전면전식 관세 압박으로 시작됐다. 미국은 최고 1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토털 리셋'을 선언했다. 베이징도 보복관세와 희귀금속 수출 제한 등 비관세 조치로 맞섰고, 양국 무역은 한때 "상호 금수조치"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이 같은 벼랑 끝 전술 끝에, 5월 12일 양국은 제네바에서 관세 유예를 포함한 일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중국 구조 개혁 등 미국의 핵심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PBS가 인용한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디커플링을 선언했지만, 중국은 물러서지 않고 협상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일부 미국 내 분석기관들은 이를 "사실상 미국의 전략 후퇴"로 해석한다.

요컨대 『거래의 기술』식 "맞대응하라" 전략은 단기 충격을 줬지만, 결국 국내 압박과 시장 혼란 속에 오히려 미국이 허점을 노출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vs EU·일본: 서두른 합의와 전략적 버티기


영국은 미·영 간 조기 무역합의로 트럼프 관세 일부를 면제받았지만, 농산물과 에너지 시장 개방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발표된 '성과'에 비해 실익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반면 EU와 일본은 트럼프식 압박에 즉각 대응하기보다 WTO 제소와 협상 유예로 시간을 벌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자동차·철강 관세 철폐가 전제되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거래의 기술』에서 강조된 "상대방보다 더 간절해 보이지 말라"는 원칙을 되려 이들 국가가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트럼프식 전략, 역으로 활용할 때


한국은 철강·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 대상에서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를 받고 있다. 5월 15~16일 제주도에서 열린 실무협상에 이어, 5월 20일(현지시간)부터 워싱턴에서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에 나선다. 한국은 영국처럼 서둘러 양보할 수도, 일본처럼 일관되게 버틸 수도 없는 절박한 처지다.

정부는 협상 의제를 다변화해 방위비 분담, 대중 기술통제, 에너지 협력 등을 통상 패키지에 연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비도 협상의 일부"라고 언급한 이후, 한국도 "사안에 따라 재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 전략적 투자 제안도 지렛대로 활용 중이다.

하지만, 핵심 이익만큼은 타협할 수 없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구조적 손실을 초래할 양보는 피해야 한다. 영국이 조기 타협으로 10% 고정관세를 떠안은 전철을 피하려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협상이 필요하다. 『거래의 기술』에서 말한 "최악을 가정하고 대비하라"는 원칙을 이제 한국이 역으로 활용할 차례다.

트럼프식 협상술이 판을 흔들 수는 있어도, 실익은 냉정한 계산과 전략 설계에 달려 있다. 한국이 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트럼프 2기의 거센 파고 속에서도 실리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미미 첫사랑 고백
    미미 첫사랑 고백
  2. 2라건아 더비
    라건아 더비
  3. 3손흥민 토트넘 잔류
    손흥민 토트넘 잔류
  4. 4잠실대교 크레인 사고 사망
    잠실대교 크레인 사고 사망
  5. 5조지호 파면
    조지호 파면

이코노믹리뷰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