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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수년간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자산이 최근 빠르게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 주요 투자기관들은 달러 약세, 미국 증시의 고점 부담, 신용등급 하락 등 미국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변수들이 겹치며, 자금이 신흥국으로 재유입될 수 있는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AQR캐피털 등 주요 투자사들은 일제히 “신흥국 주식이 향후 몇 년간 미국 주식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마이클 BofA 하트넷 전략가는 이머징마켓을 “다음 강세장(next bull market)”이라고 표현했다. AQR캐피털은 향후 5~10년 동안 신흥국 주식이 연평균 약 6% 수익률(현지통화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달러 기준 미국 주식의 4%보다 높은 수치다. 실제로 MSCI의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5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연초 대비 약 5% 상승했다.
지타니아 칸다리 모건스탠리 부(副)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달러 약세가 본격화되면 신흥국 주식 수익률의 최대 3분의 1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가 운용하는 펀드는 올해 들어 17% 수익률을 기록하며 업계 상위 3% 내에 들었다. 칸다리는 은행, 전기화, 헬스케어, 국방 등 현지 수요에 기반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관세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종목들이다.
AQR캐피털의 크리스 도헤이는 소형주 중심의 이머징마켓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들이 중장기적으로 강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상장 신흥국 ETF로 유입된 자금은 5월 둘째 주 기준 18억4,000만달러로, 전주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대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증시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미 정부의 부채와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무디스는 최근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달러도 약 4개월 연속 하락하며 신흥국 통화에 대한 상대적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크리스티 탄 프랭클린템플턴 전략가는 “미국의 예외주의는 당분간 끝났다”며 “신흥국 채권이 미 국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터키, 사우디, 한국, 필리핀, 인도 등 주요 이머징 국가들이 외채 비중이 낮고 GDP 대비 부채비율이 안정적이라며, 재정 여력이 떨어진 미국보다 더 나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브리엘라 산토스 JP모건자산운용 전략가는 “현재 글로벌 자금 흐름은 아직 유럽에 더 많이 쏠려 있지만,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