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SPC 산재 사고…이번엔 삼립 제빵공장서 또 사망 사고

(시흥=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포켓몬 빵' 등으로 양산빵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SPC삼립의 제빵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났다.

SPC는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여러 재발 방지 대책도 제시했으나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이런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 내 기계 [시흥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A씨는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이 이뤄지던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장이 이른바 '풀가동' 할 때는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대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는 근로자 진술 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사상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0월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다.

이 공장에서는 2023년 10월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외주업체 근로자의 머리 위로 컨베이어 벨트가 내려앉아 다치는 사고가 났다.

같은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2022년 10월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됐다.

이 사고는 평택 SPL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이자 이로 인해 허영인 SPC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이틀 만에 일어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23년 7월에도 이 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됐으며, 같은 해 8월에는 50대 여성 근로자의 배 부위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 사망 3건, 부상 5건의 인명 사고가 난 것이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로 이어졌다.

SPC그룹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허 회장은 2022년 평택 SPL 공장 사망 사고로 인해 불매 운동이 번졌을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면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SPC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2월까지 안전에 520억원을 투자했으며,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생산시설에 대한 국제표준 안전인증 취득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PC의 대대적인 안전대책 추진 이후에도 SPL과 샤니에 이어 삼립에 이르기까지 '닮은 꼴'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공업이나 건설 등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하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SPC 계열사의 근로자들이 더욱 '극한직업'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또 빵류 제조업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PC가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나, 기업 문화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사망 사고로 인해 SPC를 향한 비판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SPC삼립 시화공장 사망 사고 기사에는 "개선할 생각 자체가 없으니 매번 (사고가) 반복되지", "거의 노동자의 무덤이다", "여긴 문제가 많다. 여기 것은 사 먹지 말자"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잇단 산재와 관련, 강동석 당시 SPL 대표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강섭 샤니 대표가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SPC 그룹 차원에 책임을 물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SPC삼립은 이날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에서 "당사는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시흥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SPC 사업장 내 주요 사고 일지

▲ 2022.10.15 =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 23세 근로자의 상반신이 소스 교반기에 끼임, 1명 사망

▲ 2022.10.23 =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 4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임, 1명 절단상

▲ 2023.7.12 =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임, 1명 골절상

▲ 2023.8.8 =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 50대 근로자의 배 부위가 반죽 기계에 끼임, 1명 사망

▲ 2023.10.18 =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임, 1명 골절상

▲ 2023.11.22 =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 20대 외주 근로자의 머리 위로 철제 컨베이어 내려앉음, 1명 부상

▲ 2025.1.22 =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임, 1명 절단상

▲ 2025.5.19 =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 50대 근로자의 상반신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임, 1명 사망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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