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국민의힘, 왼쪽부터)·권영국(민주노동당)·이준석(개혁신당)·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18일 밤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초청 대상 후보자 첫 티브이(TV) 토론회의 주제는 ‘경제’였지만, 4명의 후보들은 외교·안보 이슈까지 넘나들며 격돌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반미·친중’ 딱지를 붙이는 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과 관련이 있다.
이준석 후보는 대만 이슈부터 에너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친중국’ 프레임을 꺼내들고 이재명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께서 중국과 대만에 관여하지 말고 모두 ‘셰셰’ 하면 된다고 해서 비난을 받았는데 너무 친중국적 입장 아니냐”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후보는 “너무 단편적 생각이다.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고 대만과 중국의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현상을 존중하고 우리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를 ‘친중이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맞받았다.
이준석 후보는 다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북한이 싸우면 어떠냐’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 게 아니냐”며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에 상황이 발생하면 개입을 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준석 후보는 에너지 문제에서도 ‘중국’을 끌고 들어왔다. 이재명 후보가 ‘전남 해남에 지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를 풍력발전에서 가져오겠다’고 한 데 대해 “풍력 발전은 개발·운용·제조·금융 등이 상당 부분 외국에 넘어가 있고 대부분 중국 쪽”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력 생산 단가가 높고 중국이 많이 장악한 풍력 발전에 우호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은 것이다.
김문수 후보도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성남시장 시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철회를 주장했고,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주한 중국대사의 협박성 발언에도 침묵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를 (이 후보가) 계속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과거 발언을 보면 걱정이 많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한-미동맹은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확장·발전해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거기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안 된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 배제하거나 적대적으로 갈 필요 없다. 외교는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를 두고 “중국은 북한과 가깝고 6·25 전쟁 때 적국이었는데 중국도 미국도 중요하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재명 후보는 “비중은 당연히 고려한다. 똑같이 한다는 게 아니라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기본 축으로 발전·심화시켜야 하는 게 분명하다”고 거듭 밝혔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중국’을 꺼내들고 집요한 공세를 하는 것은 12·3 내란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이 ‘반중·혐중’에 의존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도 같은 문제를 공략하는 세대 차이가 드러난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김문수 후보는 한국의 극우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올드한 반공주의’의 연장선에서 중국 문제를 대하는 측면이 강해 보이고, 이준석 후보는 지지층인 젊은 남성들의 중국에 대한 불안과 혐중 정서를 더욱 명확히 겨냥해 더 적극적으로 ‘혐중’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문수 후보의 냉전 시대 반공주의에 기반한 ‘중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직후 처음에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명분으로 삼으려다가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자 ‘중국 간첩론’을 들고 나와 극우 개신교와 결합하는 현상과 더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준석 후보는 젊은이들이 중국에 대해 가진 경제적 반감과 불안 정서를 적극적으로 자극하면서, 중국과 여성 등을 타깃으로 삼아 자기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세대차가 엿보인다고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식의 중국 때리기는 보수의 안보 의식을 고취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일도양단의 답변을 강요하면서 안보에 부작용을 주는 측면도 있다. 한 예로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에 상황이 발생하면 개입을 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고 한 이준석 후보의 질문은 흑백 논리에 따라 답을 하는 데 따르는 부작용이 크고, 차기 정부의 정책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대만해협의 평화가 중요하고 군사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는 반대해야 하지만, 한국 지도자가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이 개입해야 할지 말지’를 발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미국 대통령조차도 이런 발언은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지층이 ‘윤석열 구하기’ 차원에서 만들어낸 ‘중국 선거 개입설’을 비롯한 혐중 정서가 불안정한 국제질서에서 한국 외교·안보의 미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할 과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