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4 °
스포츠월드 언론사 이미지

당신의 생애 '첫 극장 영화'는 무엇이었나요? [최정아의 연예It수다]

스포츠월드
원문보기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을 찾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매표소 앞에서 어색하게 티켓을 끊고, 버터향 가득한 팝콘을 받아든 채 들어간 상영관. 영화 제목은 ‘킬러들의 수다’(2001) 였다. 내용은 가물가물 하지만 극장이라는 공간 준 감정은 또렷하다. 그날 이후, 나에게 극장은 언제나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 함께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실 아직도 혼자 가는 게 가장 편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람들에게서 “극장에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때 데이트 명소이자, 아이들의 방학 필수 코스였던 그곳. 언제부턴가 극장은 보러 가는 곳이 아닌 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곳이 되었다.

관객 수 급감, 콘텐츠 부족, OTT의 급성장, 투자 위축. 이 네 가지 키워드는 지금 한국 극장가를 설명하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위기는 단지 산업적 침체가 아닌 문화 생태계 전체의 균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극장이 사라지는 건 단지 수요의 문제가 아니다. 공간 기능에 대한 재정의이자, 문화 소비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단순히 사람들이 영화를 덜 보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를 어떻게 보고 어디서 보느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변화 속에서 영화관만이 할 수 있는 역할까지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뉴시스

뉴시스


우선 영화관은 단순한 상영 공간이 아니다. 영화의 창작 생태계 전체가 이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극장 수가 줄면 개봉할 영화도 줄고, 투자 역시 위축된다. 볼 영화가 없다는 관객의 체감은 관객 이탈이라는 악순환 구조를 부른다.

또 콘텐츠를 선별하고 집중시키는 필터 역할을 한다. OTT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수백 편의 영화가 눈앞에 펼쳐지지만, 어떤 것이 이 시기의 대표작인지 알려주는 건 없다. 반면 극장은 시의성과 큐레이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영화가 어떤 규모로, 어떤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걸리는지, 그 자체가 영화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영화인들이 창작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현시점 어떤 이야기가 이 사회에서 공유돼야 하는지 보여준다.


의도된 집중과 몰입의 공간이라는 점도 소중하다.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휴대전화를 끈다. 공연장을 포함해 현대사회에서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몇 없는 공공장소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공동체 공간이라는 점이다. 좋은 영화는 혼자 봐도 울림이 있지만, 누군가와 같이 봤을 때 더 오래 기억된다. 상영 후 흐르는 엔딩 크레딧,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남아 있는 낯선 관객들, 그 정적이 쌓아주는 감정은 집 안 어떤 스크린에서도 구현되지 않는다. 최근 재개봉 붐이나 테마 GV(관객과의 대화)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화관은 다시금 함께 감상하는 장치로서의 존재감을 입증 중이다.

요약하자면, 극장은 ‘함께, 온전히’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인화된 알고리즘, 편리한 디지털 소비로는 대체되지 않는 가치다.


뉴시스

뉴시스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건 영화관이 단지 흥행의 전쟁터가 아니라 문화 기반으로서의 상영 공간이라는 인식이 회복되는 일이다. 우리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논의를 해왔다. 이제는 그 영화를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영화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1020 사이 극장 방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이들이 있다는 거다. 부럽다. 이 좋은 걸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다니. IMAX관부터 침대 뺨치는 푹신한 의자까지 극장은 새로운 관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수다를 떨다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 생애 ‘첫 극장 영화’는 무엇이었나요?


#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대전 충남 통합
    대전 충남 통합
  2. 2안세영 4강 진출
    안세영 4강 진출
  3. 3서현진 러브미 멜로
    서현진 러브미 멜로
  4. 4잠실대교 크레인 사고
    잠실대교 크레인 사고
  5. 5허위조작정보 근절법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스포츠월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