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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디생명공학에 숨은 대원제약 '금수저 경영'의 실패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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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승승장구하던 대원제약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뛰어든 신사업이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건기식·화장품 등 신사업은 대원제약 3세 경영자들이 밀어붙이고 있다. 신사업이 '금수저 3세 경영'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건데, 아직까진 성적표가 기대치를 밑돈다. 연속기획 넘버링 '대원제약의 차가운 변수들' 2편이다.

신사업의 부진 탓에 대원제약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사업의 부진 탓에 대원제약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연속기획 넘버링 '대원제약 차가운 변수들 1편'에서 대원제약의 세무조사 리스크를 분석했다. 시장에선 서울지방국세청이 대원제약의 탈세·리베이트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근거로는 세무조사에 기업의 탈세·횡령 등을 주로 조사하는 조사4국을 투입한 것을 제시한다. 조사 대상을 대원제약과 자회사(대원바이오텍·옛 다나젠)로 확대한 것도 심상치 않은 징후다.

대원제약의 핵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정기조사의 일환"이라며 시장의 논란을 일축했다. 대원제약의 주장처럼 시장의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무조사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대원제약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감소세를 걷고 있는 실적이다. 대원제약의 영업이익은 2022년(430억원) 최고치를 찍은 이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엔 각각 322억원, 282억원에 그쳤다. 대원제약이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에서 적자가 발생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제약사업에서 번 돈을 신사업으로 까먹은 셈인데, 그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원제약은 2021년 5월 141억원을 투입해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대원헬스케어(옛 극동에치팜)를 인수했다. 2023년 12월엔 존속능력 불확실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화장품업체 에스디생명공학(코스닥·주식거래정지)을 품에 안았다. 대원제약은 이 회사를 인수하는 데 400억원을 투입했다.

제약·건기식·화장품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투자였지만 새롭게 인수한 두 기업의 실적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2022년 22억3000만원을 기록했던 대원헬스케어의 당기순손실은 2023년과 지난해 각각 24억3000만원, 27억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60억원에서 147억6000만원으로 2.5배가 됐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에스디생명공학이 자회사 매각 등 손실이 컸던 계열사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해 계열사 애니코스(포장재 전문업체)를 포함해 에스디플랫폼(화장품 판매업체) 등을 매각했다. 2023년 136억5000만원이었던 에스디생명공학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92억3000만원으로 32.3%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스디생명공학이 본질적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 이 회사의 자본잠식률은 2023년 19.8%에서 지난해 46.9%로 뛰어올랐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도 2024년 기준 42.8%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기업의 손실이 자기자본의 어느 정보 비율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코스닥 시장에선 이 손실률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50%를 초과하거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액이 10억원을 넘는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21년(86.0%)부터 2022년(1552.5%)까지 2년 연속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이 50%를 웃돌았다. 2023년 22.2%로 떨어졌지만 언급했듯 지난해엔 43.8%로 21.6%포인트 상승했다. 관리종목 지정 기준은 밑돌고 있지만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 한국거래소가 에스디생명공학의 주식 거래정지 기간을 연장하고, 올해 5월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적이 신통치 않은 신사업을 '대원제약 3세 경영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할 변수다. 무엇보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인수는 2023년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백인환 대표가 주도했다.

백 대표는 전형적인 '금수저 경영인'이다. 2023년 사장 승진 후 1년 만인 지난해 대원제약 대표직에 앉았다. 그는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의 장남이다.[※참고: 백인환 대표는 취임 당시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백 대표는 주주 명부에 'BAEK JONATHAN IN'이란 미국 국적 보유자로 표기돼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사내이사엔 또다른 '3세 경영자'도 있다.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 백인영 상무(대원제약 헬스케어본부 본부장)다. 백승열 부회장은 백승호 회장의 동생이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의 관계자는 "신사업의 성적표가 대원제약 3세 경영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면서 "1년의 성과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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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신사업의 영향을 받은 대원제약의 주가는 4월 11일 52주 최저가인 1만2370원까지 하락했다. 그 이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1만5000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원제약 3세들이 키를 잡은 신사업에서 이젠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원제약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상품도입, 신약개발 등 다양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어떤 성장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원제약 3세들은 세무조사 논란 뒤에 숨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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