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삼베에 한땀한땀 자수로 여성노동자의 삶 새기다

매일경제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원문보기
'홍영인:다섯 극과 모놀로그' 설치 전경. 아트선재센터

'홍영인:다섯 극과 모놀로그' 설치 전경. 아트선재센터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4명의 공연자가 한국 근현대 여성 노동사가 수놓인 태피스트리(직물)를 중심으로 반응하며 감각적으로 몸짓을 만들어낸다. 홍영인 작가의 이 전시에서 태피스트리, 소리, 공연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즉흥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와 리듬을 통해 작가는 수평적이고 평등한 장을 제안한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7월 20일까지 홍영인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를 개최한다. 전시는 태피스트리와 동물 장난감의 형상 조각들, 5번의 즉흥 공연 '다섯 극'과 사운드 설치 신작인 '우연한 낙원'으로 구성된다. 두 작품은 가부장적 역사 속에서 주변화됐던 여성과 동물의 시선으로 제의적 공간을 새롭게 엮어낸다. 여기서 제의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억눌려온 기억과 사라진 존재를 불러내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다섯 극'은 한국 현대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여성 노동사로부터 출발한다. 40m 길이의 둥그렇게 구성된 태피스트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총 8개가 삼베에 전통 자수 기법으로 수놓여 있다. 홍영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손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해 이 기술을 숙련시켰다. 내 손에 든 바늘 하나에 무수한 여성 노동자의 삶이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들을 오늘의 감각 속으로 불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어두운 방에 따로 설치된 '우연한 낙원'에 들어서면 두루미의 꽥 하는 울음소리가 쉬지 않고 귀를 때린다. '두루미들이 추는 사뿐한 춤에 매료된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라며 두루미를 예찬하는 한 편의 글이 스크린에 떠 있다. 작가가 직접 작성하고 낭독한 글을 두루미의 목소리로 변환해 재생한 작업물이다. 홍영인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두루미를 처음 봤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행위에 자석처럼 끌렸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 1~2층에서는 스페인 현대미술 작가 10명을 소개하는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전이 열린다.

[박윤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여인형 이진우 파면
    여인형 이진우 파면
  2. 2뉴진스 다니엘 계약 해지
    뉴진스 다니엘 계약 해지
  3. 3이시영 캠핑장 민폐 사과
    이시영 캠핑장 민폐 사과
  4. 4대통령 춘추관 방문
    대통령 춘추관 방문
  5. 5김건희 면죄부 검찰 반성
    김건희 면죄부 검찰 반성

매일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