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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협업 이어가는 콘텐츠 시장... 이유 있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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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에 주목하는 스튜디오드래곤
"일본인, 새로움 추가하는 대신 옛 것 지키는 성격 있어"


스튜디오드래곤은 일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포스터

스튜디오드래곤은 일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포스터


콘텐츠 시장의 국경이 사라지는 중이다. 한국 창작자들 역시 해외 관계자들의 손을 잡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과의 협업은 특히 활발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문화의 유사성이 깊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IP가 비교적 오랜 시간 지속된다는 점에서도 한국 창작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최근 "다음 달에는 아마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일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원제: 私の夫と結婚して)를, 7월에는 일본 지상파 TBS와 손잡고 제작한 한일 합작 일드 '하츠코이 도그즈'(원제: 恋愛DOGs)를 공개한다. 이어 8월에는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소울 메이트'(원제: ソウルメイト)가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드라마 시장의 규모가 크고 히트 IP의 수명이 수십 년간 지속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2002년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던 KBS2 드라마 '겨울연가'가 여전히 일본에서 관심받고 있다는 점이 히트 IP의 긴 수명을 증명한다. 지난해 팬엔터테인먼트가 4K 고화질 작업 및 재편집을 통해 '겨울연가'를 극장용 영화로 제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영화화는 일본 측 배급사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는 서서히 잊혀가는 중인 드라마가 타국인 일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 IP의 긴 수명, 이유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일본의 외딴섬, 한국 남풍도 및 거제도를 찍고, 다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이노가시라 고로의 모험을 담는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스틸컷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일본의 외딴섬, 한국 남풍도 및 거제도를 찍고, 다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이노가시라 고로의 모험을 담는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스틸컷


일본의 히트 IP가 긴 수명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고야 상과대학 양경렬 교수는 본지에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캐릭터성과 스토리의 힘으로 시청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갖는 것이 일본의 IP가 장수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일본의 제작자는 단기적으로 대박을 내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장수하는 IP를 만들려고 하는 마인드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옛 것을 버리지 않고 보존하는 일본인들의 국민성도 장수 IP에 기여한다고 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본은 '아날로그의 국가'로 불릴 만큼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드라마 IP의 예로는 '아이보(相棒)'와 '고독한 미식가'가 있다. '아이보'는 주인공인 형사가 파트너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는데, 무려 시즌23까지 만들어졌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고독한 미식가'는 2012년부터 일본에서 방영됐고, 올해까지 10개의 정규 시즌과 다수의 특별판으로 대중을 만났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이 맛집을 방문해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담는다. 음식에 진심인 주인공의 섬세한 맛 표현이 시선을 모아왔다.

영화 IP로는 '남자는 괴로워(‘男はつらいよ)'가 존재한다. 1969년 1편이 공개됐으며, 배우 아츠미 키요시(渥美清)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8편이 제작됐다. 양 교수는 "2019년에는 CG와 과거 영상 기법을 통해 주인공을 되살린 제50작이 개봉되면서 총 50편이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장수 영화 시리즈가 완결됐다"고 했다. 그는 "이 시리즈는 재미있는 스토리, 그리고 매 작품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마돈나와의 사랑과 이별, 일본 각지를 유랑하는 주인공의 따뜻하고도 서글픈 인생,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정감 있는 대사와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등 시대가 변해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지금도 일본 사회에서 이 시리즈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IP의 수명이 연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범죄도시'가 시리즈 영화로서 브랜드화 됐고, OTT의 발달 속에서 '오징어 게임' '약한 영웅' '스위트홈' 등 시리즈 작품이 활발하게 제작되는 중이다. '감자세끼'처럼 드라마의 세계관을 예능에서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은 아날로그 감성을 보이는 대신 빠른 변화에 익숙한 면모를 내비쳐 왔지만 작품을 시리즈화하고, 그 안의 설정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기 위한 창작자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이전보다 IP의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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