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연합뉴스 |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는 ‘부동산 영향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 등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5년 6·3 대선을 앞두고 5월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 공약’에는 이와 관련한 이슈들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유일한 진보 후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어떤지 살펴봤다.
주요 후보 부동산 공약은 ‘공급 확대’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금융시장 연구팀은 2025년 4월3일 ‘부동산 신용 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에 관해 발표했다. 한국은행의 자체 분석 결과 2024년 말 기준 부동산 신용 규모는 1932조5천억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약 49.7%를 차지하는데, 이 같은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부동산 투자는 금융 리스크를 확대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공개한 정책 우선순위 1~10위 안에 부동산 정책을 전면화한 항목은 없다. 10대 공약집 안에는 부분적으로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임대 비율 단계적 확대’와 ‘전세사기 걱정 없고 임차인에게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 보증제도 개선’ 등이 거론된 정도다. 이 후보는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려다 문제가 많이 생겼다”며 5월8일 경제 유튜버들과 한 연합 토크쇼 ‘찐 리얼 경제 토크, 토크! 라이브’에서 과도한 부동산 투자 대책과 관련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 주요 기조는 개발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면서 공공임대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4기 신도시 개발,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노후 인프라 재정비, 수원·용인·안산·인천 등 노후계획도시 재건축 지원, 서울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수 후보도 재개발·재건축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로 넘겨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공공지원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두 정당 간 부동산 공약의 차별성은 크지 않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세종 행정수도 완성,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도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김문수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비수도권 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규제 완화책까지 대거 공약한 점이 이재명 후보와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한 구체적 공약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포괄임금제 금지’, 김문수 ‘근로시간 유연화’
한편 산업연구원은 2025년 4월30일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황과 정책적 제언’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동시장 미스매치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환경 격차가 커서 구직자들은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일자리를 못 얻는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데, 보고서는 2010년 상반기 4%대였던 노동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 지수가 2024년 상반기까지 8%대로 오르면서 고용 손실이 커졌다는 경고를 담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집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환경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포괄임금제 금지 등 근로기준법에 명문화’가 정책 순위 7위(노동 존중 항목)에 포함됐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포괄임금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을 측정, 기록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는 시간 외 근로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급여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견줘 자금력·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해 실제 근로시간보다 적은 임금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중소기업의 자금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다. 중소기업협동조합 등 단체협상권 부여로 제값 받는 공정한 경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 대기업 등의 기술 탈취 행위를 강력히 근절하겠다는 공약 등을 제시했다. 5월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차기 정부 중소기업 정책방향 대토론회'에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납품단가연동제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단체협상권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공약했다. 반도체 산업 등 특정 업계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등을 허용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 경영계가 요구하는 주52시간제 유연화, 최저임금제·중대재해처벌법 개편 등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노동부 장관 시절에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노사 합의로 주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반도체특별법을 옹호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이뿐만 아니라 5월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 참석해 ‘노란봉투법’을 두고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를 개정하는 것이 골자로, 이재명 후보가 이번 10대 공약집 안에 포함한 내용이다. 정규직과 달리 노동자임에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하청노동자·플랫폼노동자 등이 실질적으로 단체교섭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김 후보는 이날 “중소기업인들은 노동조합보다 표가 적지 않느냐는 잘못된 생각으로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소규모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 제가 결정권자가 될 때 반드시 여러분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할 때, 그 파업이 불법으로 몰려 막대한 손해배상 위기에 처하면 노동3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 안에 ‘임금분포제’도 포함했다. 직무·직급·성별 등 기준을 정해 임금을 공개해서 임금 격차 해소를 유도한다는 구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준지표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임금체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재계는 노사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반발한다.
한국의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2024년 8월 기준 38.2%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다. 특히 20대는 43.1%가 비정규직으로 역대 최고 비중을 차지한다.
불평등 완화 공약 가장 많이 내건 권영국
권영국 대선 후보는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상속·증여 및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복지를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속·증여세를 90% 인상하고 최고세율도 90%로 상향, 순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자 대상 부유세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세 30% 실행도 담겼다. 이런 재원을 바탕으로 폐업을 원하는 자영업자의 부채를 탕감하고, 지역공공은행을 설립, 노동자가 부도 위기에 몰린 자기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권 후보는 성평등 공약도 다수 내걸었다. 10대 공약집에는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및 강화하는 내용과 비동의강간죄 도입, 낙태죄 폐지 대체 입법 마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디지털성폭력 수사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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