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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겪다가 결국 집 나왔습니다”…금호타이어 화재 주민 대피소 가보니

매일경제 송민섭 기자(song.minsub@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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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율 80%…광산구 주민 176명 인근 체육관 대피
일부 주민, 대피소 인근 연기 유입에 “차라리 친척 집으로”
“이불·식사 제공은 만족…그래도 집 걱정에 잠 설쳐”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이주민 대피소가 마련됐다.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이주민 대피소가 마련됐다.


“아직 집에 못 가지만 지내는 데 큰 불편은 없어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이틀째인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근 주민 100여 명이 이곳으로 급히 대피했다. 아직 불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관 안은 대피해 온 주민들은 재산 피해는 물론 건강 피해까지 우려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광산구 월계동에서 한평생을 거주한 김준배 씨(86)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큰 불이 난적은 처음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아침에 근처 산책을 하고 집에 약을 가지러 갔더니 소방이 주변을 통제 하고 있어서 필요한 약만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이불, 양말, 속옷, 안대, 음식 등을 구호단체에서 생각보다 잘 챙겨줘 불편함은 딱히 없었다”고 덧붙였다.


자녀와 함께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영숙 씨(69)는 “어제 오전 내내 검은 연기 속에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집을 나왔다”며 “베란다 틈새를 뚫고 들어온 그을음에 양말이 까맣게 물들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체육관 바닥 한쪽에서 아이스박스를 등지고 휴식을 취하던 이모 씨(54)는 “문을 두들겨서 뭔 일인가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불이 났다고 하더라”며 “집이 탈까 봐 걱정인데 불이 빨리 진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공장이 검게 그을렸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공장이 검게 그을렸다.


대피소가 연기 피해권에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피소가 설치된 광주여대 체육관은 화재 현장에서 불과 2.7km 거리로, 일부 주민은 연기를 피해 대피소로 이동했다가 다시 친척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모(52) 씨는 “학교 올라가는 길 언덕에서도 연기가 내려앉아 있었고, 마스크를 썼는데도 계속 기침이 났다”며 “도저히 안 되겠어서 친척 집으로 바로 차를 돌렸다”고 전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지자체가 각종 재난에 대비해 대피소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화재 시 대피소는 몇 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거리나 입지 기준은 명시돼 있지 않다. 산림청과 소방청 지침에도 산불이나 화학 화재 대비 거리 기준은 없다.

주민 김모 씨(44)는 “그냥 지정해놓은 곳으로 가라고만 하지, 실제 얼마나 안전한지는 따져보는 사람은 없다”라며 “무작정 가까운 곳이 아니라, 실제 위험을 고려한 대피소를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공장은 오전 8시까지 약 50~60%가 전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타이어는 상황 수습이 완료될 때까지 광주공장의 전체 생산을 중단하고, 소방 당국과 함께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섰다. 대피한 주민은 최대 96세대 176명에 달했으나 일부는 이미 대피소를 떠나 자택 복귀 또는 타지로 이동한 상태다.

광산구는 검은 연기와 분진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인접 4개 아파트단지의 주민 176명(96세대)을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으로 대피시켰다.

대피소에는 보건소 의료진과 광산구청 직원,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며 호흡기 질환자 응급처치, 생수 및 간편식 제공 등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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