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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론’의 원조는 日… 美와 군사밀월 상징

조선일보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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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소네, 레이건 회담 때 거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5일 하와이 미 육군협회 심포지엄에서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빗대면서 1980년대 일본에서 많이 거론되던 ‘불침항모(不沈空母·Unsinkable Aircraft Carrier)론’이 재조명받고 있다. ‘불침항모’란 가라앉지 않는 항모란 뜻으로, 당시 미·일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 동맹과 결속을 강조하며 쓰던 표현이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때 공개적으로 거론된 후 미·일 군사 동맹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당시 나카소네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미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미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운명 공동체이고, 일본 열도는 미국의 불침항모”라고 말했다. 미국과 옛 소련의 대립이 첨예했던 냉전 시기에 미국 편에서 자유 진영을 지키는 일본의 역할을 부각하면서 자국 영토를 ‘불침항모’ 군함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발언은 레이건이 나카소네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이후 두 정상은 상대방을 ‘론’과 ‘야스’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밀착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이후 일본이 환태평양에서 벌어진 미 해군 작전에 동참하고, 자위대의 해외 파병(일본 호칭은 ‘파견’)을 정당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된다. 아울러 미국의 신뢰를 얻은 일본은 레이건의 초대형 미사일 방위 시스템인 ‘전략 방위 구상(SDI)’에 기술 지원을 하는 형식으로 간접 참여했는데, 당시의 협력 경험이 1990년대 이후 확대된 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의 기초가 됐다고 평가된다.

나카소네 시절 ‘불침항모’에 대한 일본의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불침항모가 본래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태평양에서 일본군을 고립·괴멸시킨 전략을 얘기할 때 쓴 용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은 태평양에 흩어진 섬에 군용 비행장을 만들고 주변 섬에 배치된 일본군을 차례로 물리쳤다. 미군은 1950년대 오키나와에 기지를 만든 후 이를 ‘불침항모’라고 불렀다.

일본은 현재 실제로 ‘불침항모’를 건설하고 있다. 2023년 가고시마현의 남쪽에 있는 섬 마게시마에 미군 폭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군용 활주로 건설에 착공했다. 중국 상하이까지 거리가 9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미군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하기에 좋은 입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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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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