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SBS 언론사 이미지

[단독] 알바라더니 "삽, 비닐 준비"…피의자 입건 날벼락

SBS 김보미 기자
원문보기

<앵커>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혹해서 한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마약 범죄에 연루된 30대 남성이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됐습니다. 그 남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을 유통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 내용,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대 남성 A 씨는 올해 초 한 구인 구직 사이트의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제품 포장과 배송 업무 관련 일을 끝까지 마치면 5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금액이 지나치게 커 불법은 아니냐고 물었더니 타투용 마취 크림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업무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4월 말 업무를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일이 들어왔다, 모종삽, 김장 비닐, 비커를 준비해 이동하라'는 내용과 함께 위치 좌표도 찍혔습니다.


[A 씨 : 삽을 왜 챙기지? 일단 다시 집에 가서 삽 챙겨서 갔는데 좌표를 알려주는 거예요. 구글 맵에 쳐야 되고 시크릿 모드로 바꾸라고 한 다음에 그 좌표를 치면 (위치가) 나온대요.]

A 씨가 전달받았던 좌표를 찍고 와봤는데요.

주변에는 CCTV도 없고 인적이 드문 야산입니다.


A 씨는 이곳에서 특정 표식을 발견했습니다.

[A 씨 : '나무들 사이에 보면 어떤 표식이 있는데 거기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 뭔가 좀 쎄하다….]

삽으로 파보니 검은 비닐봉지가 나왔고, 그 안엔 흰색 가루 두 덩어리가 있었습니다.

[A 씨 : 야구공 모양처럼 두 덩어리가…. 검은색 비닐봉지에 나온 거 (사진을) 보내주니까 '그거 아직 뜯지 마시고 가져가신 다음에 장갑 끼고 뜯어라.']

A 씨는 경찰에 곧장 신고했고, 2주 뒤 국과수 감정 결과 해당 가루는 필로폰으로 밝혀졌습니다.

시가 2억 원에 달하는 410g 분량으로 1만 5천여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입니다.

서울서대문경찰서는 필로폰을 전량 압수하고 A 씨도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자진 신고했지만, 현행법상 마약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었습니다.

[A 씨 : 출발하기 전에도 '혹시 뭐 마약 같은 거 아니죠?' 뭐 이렇게 물어봤어요. 절대 아니라고…. 이것도 진짜 운이 좀 안 좋아서 연루된 건데….]

마약 공급책 대신 마약을 운반하는 사람을 '드라퍼'라고 부르는데, 조직 신분을 숨기고 유사시 '꼬리 자르기'를 위해 조직원이 아닌 사람에게 돈을 주고 드라퍼 역할을 맡기는 겁니다.

최근에는 A 씨처럼 '고액 알바'라는 말에 속아 원치도 않은 '드라퍼'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박민규/변호사 : 필로폰 같은 마약은 소지만 해도 죄가 되거든요. 의심을 했었으면 소지 자체도 안 했었어야 되는 거예요. 그전 단계에서 행위를 멈췄어야 되는 건데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마약인지 모르고 연루돼도 처벌되는 만큼 업무에 비해 많은 돈을 주는 고액 아르바이트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김한결,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박태영)

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 2025 국민의 선택! 대선 이슈 모음ZIP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손흥민 LAFC
    손흥민 LAFC
  2. 2아이브 안유진 가요대전
    아이브 안유진 가요대전
  3. 3미르 결혼식 논란
    미르 결혼식 논란
  4. 4윤종신 건강 악화
    윤종신 건강 악화
  5. 5파워볼 복권 당첨
    파워볼 복권 당첨

함께 보면 좋은 영상

SBS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