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해킹..."280억 요구 불응할 것"

AP=연합뉴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해킹으로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이날 미 규제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1일 해커가 자사 시스템을 해킹해 고객 정보를 입수한 사실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해커들은 이를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2000만 달러(약 280억원)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킹당한 정보는 고객 이름, 우편 및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이용자의 사회보장번호(SNS) 마지막 네 자리 등이다. 또 가려진 은행 계좌 번호와 일부 은행 식별 정보, 운전면허증 및 여권과 같은 고객의 정부 발행 신분증도 가져갔다. 도난당한 데이터에는 계정 잔액 데이터와 거래 내역도 포함됐다. 다만, 계정의 암호나 지갑 키, 자금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인베이스는 해커들이 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이 있던 해외 고객지원 직원들을 매수해 약 1% 수준의 월간 거래 고객 개인정보를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고용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인베이스 사용자 현황을 근거로 피해 고객 규모가 9만70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코인베이스 측은 “코인베이스 시스템이 지난 몇 달간 악의적인 활동을 감지했다”며 “해커가 정보를 빼내 갔을 수 있는 고객들에게 알려 유출된 정보의 오용을 방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해킹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는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복구 및 고객 보상 관련 비용으로 최대 4억 달러(약 5600억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제보자에게 최대 2000만 달러(약 28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코인베이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2% 하락한 244.44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오는 19일부터 S&P500 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에 지난 13일 약 24% 급등했지만, 며칠 새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미국 증권 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의 사용자 수 산정 방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코인베이스가 2021년 상장 당시 “1억명 이상의 인증 사용자(verified users)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SEC는 이 숫자가 부풀려진 것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코인베이스가 보유한 지갑이 털린 건 아닌 만큼 시장 영향이 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오후 5시 기준으로 24시간 전보다 1.92% 오른 10만3768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도 2.65% 올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