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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께서 책임져야 합니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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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l 신창호 지음, 판미동, 1만9000원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l 신창호 지음, 판미동, 1만9000원


“‘어찌 그저 밀어내고 내칠 수만 있겠는가’라고 하시니, 저로서는 개탄하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인재 등용을 고민하는 40대 정조에게 30대 정약용이 제동을 건다. 정조는 신분적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서얼 등과 신분 제도 속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고 질문하고, 부지런하게 논밭을 일구는 농부와 엄격한 계율 속에서 사는 승려를 예로 든다. 다산은 답하기를, 자신처럼 과거시험을 보고 등용된 사람은 참으로 지혜가 텅텅 비었다며, 자부할 수 있는 거라곤 ‘과목출신’ 네 글자뿐이라고 자신을 폄하한다. 그러고는 서얼을 등용할 것과 서북지역 소외된 선비 대상으로 별도의 방법을 강구할 것, 농사꾼·장사꾼·점술가·무당 등 천대받던 직업인으로 세상을 경영했던 사람의 예를 든다. 또 “능력 있는 사람이 반드시 높은 신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술수로 사람을 속이는 이들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는 ‘여유당전서’와 ‘다산시문집’의 ‘대책’ ‘책문’에 실린 내용 가운데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한 내용을 추려 소개한 책이다.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백성이 국민으로 바뀌는 사이 문물과 법제가 완전히 돌아서, 250년 전 최고 지위의 두 천재가 나누는 대화 속 해법이 오늘날 모두 적용될 법하진 않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통해, 양반 평민 따지지 않는 과거제도가 시행되고 노예제 폐지 결정까지 내려지게 되었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산이 “임금께서 책임져야 한다”라고 드높이는 목소리가 쨍쨍하게 들린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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