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l 장수철 지음, 바틀비, 2만원 |
케이팝·케이드라마·케이푸드는 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혹시 우리 민족이 춤과 노래에 뛰어난 어떤 유전적 특질이 있는 건 아닐까요?” 연세대 교수인 저자가 그런 유전자는 없다고 하자, 후배는 아쉬운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아니야, 유전자가 다를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뜻도 통하지 않는 한국말로 부르는 노래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 수가….”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유전자 문화 공진화론’ 이론서를 준비하던 저자가 대중서로 방향을 틀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유전자 문화 공진화론’은 문화와 유전자가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문화의 진화적 영향을 유전자 수준에까지 세부적으로 연구한다.
저자는 케이팝의 인기를 해석하는 데 모방 능력과 춤을 즐기는 본능을 먼저 예로 든다. 그런데 왜 케이팝에 열광할까. 지은이는 칼군무가 동시에 춤추는 문화를 끌어내, 집단이 모여서 흥분과 감정 고조를 느끼도록 한다고 말한다. 바로 ‘동시적 집단행동’이라는 것. ‘케이드라마’의 인기는 이타성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대부분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호혜적 이타주의가 작동하는 상식적인 사회에서 무임승차자를 배제하는 방법으로 뒷담화 등을 통한 평판이 사용되곤 했다. 그렇다면 왜 케이드라마인가. 케이드라마는 ‘억만장자조차도 인간화되어 있다’ 할 정도라 인간사회의 모범 사례로 공부하기 좋아서다. 흥미로운 해석이지만 문화와 유전자의 관계까지는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건 돈이었다. 저자도 정부 차원의 투자가 주효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1999년 500억원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조성했는데 이것이 종잣돈이 되었다는 것. 2006년 폐지 결정 때까지 기금 규모는 1905억원이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렇다 할 지원은 없었다. 민주화 시대 도래와 창작의 자유 보장, 빠른 인터넷 보급, 작은 내수시장으로 인한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 등도 케이 팝의 글로벌 확산 동력이 됐다.
실제 ‘문화 유전자 공진화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책의 끝 장에 있는 ‘우유에 대한 내성’이다. 우유를 소화하는 락타아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는 이유기가 지나면 스위치가 꺼진다. 전 인류의 3분의 2가 그렇다(유당 불내성증). 하지만 가축에 의존해 지내야 했던 덴마크·스웨덴인은 95%가 우유에 내성을 보인다. 4500년 전에 생긴 돌연변이가 100세대를 거쳐 전달되어서다. 유전자 하나가 10%에서 90%까지 늘어나는 데는 2천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케이× 유전자가 있다면, 앞으로 적어도 몇백년 후에나 ‘보일’ 일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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