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
수질(水質)이 좋지 않아서 그러는지는 모르나, 중국인의 전통적 음식 취향은 대개 날것을 꺼리고 익힌 것을 선호한다. 생물보다는 익혀서 튀기고, 볶은 것을 좋아한다. 그런 경향성은 인간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선 낯선 이를 무척 경계한다.
대신 친한 사람과 맺은 ‘관시(關係)’에 탐닉한다. 저명한 한 사회학자는 그런 점을 들어 중국의 전통적 특성을 ‘숙인사회(熟人社會)’라고 부른 적이 있다. 아는 사람 ‘숙인’과 모르는 사람 ‘생인(生人)’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아는 사람끼리 친하게 잘 지내는 ‘숙인 사회’의 특징이 몇 있다. 우선 울타리를 치고 안팎을 가르는 의식이다. 그룹을 만들어 낯선 이를 배척하는 습성이다. 혈연과 지연을 먼저 내세우니 인정(人情)이 발달하고 ‘관시’에 함몰한다.
“우리가 남인가”라는 의식이 앞서니 부패가 만연하지 않을 수 없고, 인정과 체면을 강조하니 규범과 규칙이 자리를 잡을 틈이 없다. 법규가 맥을 못 춰 결국 사회 흐름은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로 기울 가능성이 훨씬 크다.
개혁·개방 이후 대도시로 인구가 빠르게 집중되면서 중국의 ‘숙인사회’는 설 자리가 퍽 좁아졌다. 아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을 많이 만나는 현대 도시의 삶은 그런 전통적 ‘관시’ 중심의 중국인 사회를 일찌감치 흔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새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한다. 대도시 젊은이들이 가혹한 경쟁을 피해 전통적 ‘숙인사회’의 습속이 남아 있는 고향, 또는 그 인근의 작은 도시 현성(縣城)으로 회귀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싼 도시 물가, 구직난(求職難), 나아진 인터넷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퇴조가 부른 중국 사회의 움츠러들고 말려드는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보인다. 새 버전의 이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중국의 축복일까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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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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