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지배구조/그래픽=윤선정 |
'곰표 밀맥주' 논란을 겪고 있는 대한제분의 실질적 오너인 이혜영씨(이건영 회장의 누나)가 대한제분 지분을 가진 하림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대인 고 이종각 명예회장(이혜영 이사장 남매의 부친)이 2022년 별세한 뒤로 이혜영 이사장 측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기업경영 의사구조가 불투명한 상황을 곰표 밀맥주 사태나 과거 세무조사 등 대한제분을 둘러싸고 연쇄적으로 터진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혜영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14일 하림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하림장학재단은 대한제분 지분 4.99%를 보유한 공익재단으로 2023년 말 기준 자산총액 177억원, 기본재산 80억원 규모 중견 공익법인이다.
장학재단이 디앤비컴퍼니의 특수관계인으로 편입됨으로써 이 이사장은 대한제분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지분 27.82%를 소유한 최대주주이며 이 이사장은 디앤비컴퍼니의 최대주주( 21.60%)다.
디앤비컴퍼니는 수입 파스타 판매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97억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대한제분과의 거래액이 2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2.6%를 차지했다. 디앤비컴퍼니가 대한제분과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310억원 이상이다.
2022년엔 국세청이 대한제분에 대해 비정기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분에 대한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와 우회 승계 논란이 일던 시점이었다. 대한제분은 선대 회장 별세 이후 승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중견기업으로 곧잘 거론된다.
대한제분의 대표 제품 곰표 밀가루. /사진=대한제분 홈페이지 캡처 |
디앤비컴퍼니는 상장사인 대한제분을 통한 배당수익과 지분가치에도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앤비컴퍼니의 자산 중 93.8%가 대한제분 지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제분의 회장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이건영 회장은 지분율이 7.01%에 불과하다.
아울러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디앤비컴퍼니는 농협은행으로부터 80억 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대한제분(55억 원)과 대한제분 자회사인 대한싸이로(33억 원)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받는 등 금융 측면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대한제분은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중견기업이다. 맥주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지배력 측면에서 밀리는 이건영 회장 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치적 쌓기 성격이 아니었느냐는 관측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한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건영 회장이 2020년세븐브로이 공장에 직접 방문하고 이후 경쟁 프리젠테이션도 참관한 것을 거쳐 곰표 밀맥주 제조사로 세븐브로이가 선정됐다. 곰표 밀맥주는 2020년부터 3년간 한국의 대표 콜라보레이션(협업) 제품으로 히트 상품에 등극했다. 그러나 대한제분은 2023년부터 제주맥주라는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맥주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븐브로이가 제조했던 곰표 밀맥주. |
대한제분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영세한 협력사들이 협업 과정에서 리스크를 안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세븐브로이 임원은 "사업 과정에서 소통을 하려 했지만 대한제분과 직접 접촉한 적은 얼마 없고 대한제분의 홍보 대행사 외에는 별다른 소통 창구가 없었다"라고 했다. 대한제분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협력사와의 관계에서 신뢰 구축을 어렵게 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든다"고 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배구조 등 각종 논란에 대해 대한제분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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