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거제시 엠파크차없는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후보에게 미안합니다”로 시작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서명운동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서명에 연명한 이들이 ‘하고 싶은 말’에 남긴 글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극우화한 일부 교회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서명 제안자들은 반성의 내용을 알리고 싶다며 한겨레에 해당 글들을 전해왔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지역의 목사, 집사, 평신도까지 포함한 다양한 이들이 남긴 글에는 극우화하고 있는 한국 교회에 대한 반성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들의 서명은 실명으로 진행됐지만, 기사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지역과 성만 밝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일부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를 극우화로 이끌고 이 후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유포해 온 터라, 이들에 대한 목사들의 비판이 우선 눈에 띈다. 경북 구미시의 김아무개 목사는 “한국 교회의 모든 것이 죽은 듯한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한국교회의 깨어 있는 목사님들이 함께해서 목소리를 내서 기쁘다”라고 글을 남겼다. 보수적인 교단인 한국 침례회 소속 송아무개 목사는 “한국 교회의 무지와 분별없음을 대신 회개해 왔습니다”라고 썼다.
특정 후보에 대한 왜곡이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일침도 있었다. 충북 영동군의 박아무개 목사는 “이재명 후보를 향한 몰상식한 마녀사냥, 악마화를 교회는 중단해야 합니다. 교회가 약자의 편에 서지 않고 엘리트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것은 반기독교적입니다”라고 썼다. 경기 수원시의 한 목사는 전광훈 목사를 염두에 둔 듯 “전도를 하려니 전아무개 때문에 전도가 되질 않아요”라고 유머 섞인 글을 남겼다. 이들을 포함해 15일 오후 1시까지 목사 20여명이 서명과 함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3일 나온 서명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한 복음은 사랑과 공의”라고 전제하며 “적지 않은 한국 교회 교인들은 ‘이재명을 혐오하라’는 메시지에 여러 해 노출됐고, 그것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어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재명을 악마화하는 죄악에 빠져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선을 넘은 비방을 해왔다면, 악한 짓을 멈추고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500자에 달하는 서명문은 교인들의 호응을 얻어 이날 오후 1시 현재 1000여명이 서명했다.
4월20일 울산 병영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태선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보수 교회에 속한 이들도 글을 남겼다. 순복음인천교회 송아무개 집사는 “전광훈, 손현보로 대표되는 개신교 이미지에 반대합니다”라고 적었다. “예수님 이름의 탈을 쓰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대한민국 대형교회 목사들을 규탄합니다”라고 쓴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의 글도 있었다.
교회 지도자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넘어 분노하거나 스스로 반성하는 글도 있다. 경남 진주시의 김아무개 집사는 “이재명 후보자를 향한 일부 교회의 폭력을 묵인하였음을 사과합니다”고 썼다. 경기 수원시의 이아무개 집사는 “특히 목회자와 장로들이 문제입니다. 그들의 권위로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니 잘 모르는 교인들은 따라가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양주시의 강아무개 집사는 “크게 소리 지르는 소수의 의견이 그동안 마치 기독교 다수의 의견처럼 비쳐서 얼마나 속앓이를 했는지 모릅니다. 침묵하던 다수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뻐했다. 서울 강서구의 김아무개 집사는 12·3 내란사태를 옹호하는 일부를 향해 “계엄이 하나님의 뜻일 리 없습니다”, 부산의 이아무개 집사는 “제대로 된 신앙을 가진 사람은 절대 극우일 수 없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4월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한편, 서명운동을 제안한 양희삼 카타콤교회 목사, 윤환철 통일학 박사, 고상환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사무처장은 14일 저녁 유튜브 채널 ‘양희삼tv-카타콤교회’에서 서명운동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재명 후보에게 미안하다’는 서명문의 주제를 제안한 윤 박사는 “당선된 다음에 사과하면 충성 맹세가 된다”며 “그래서 이번이 사과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박사는 “개신교인들이 사과하니까, 개신교에 대해 욕해온 우리도 사과한다”는 14일 한겨레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고 감동했다고 전했다. 이에 양 목사도 “사과가 사과를 부른 것”이라며 “계속 자성의 목소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들은 고 사무처장은 “서명한 분들의 교회를 보면 아주 보수적인 교회 교인들도 많다”며 “얼마나 답답했을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서명(https://vo.la/lkuIsI)을 계속하면서 기자회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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