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재건현장’(1954).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5월 미술판은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 역사를 담은 명작 잔치들로 풍성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달 초부터 서울관·과천관에서 열고 있는 소장품 컬렉션 상설전과 갤러리 현대가 진행 중인 창립 55돌 기념전이 그 자리다. 20~21세기 한국 미술 대가들의 주요작으로 구성해 초심자가 안목을 키우기에 맞춤하다. 이건희 컬렉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9점)·과천관(42점) 전시에 대거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5년 만에 재개된 국립현대미술관 상설전에선 300점 넘는 작품이 역대급 규모로 펼쳐진 과천관의 ‘한국근현대미술전’부터 감상하는 것을 권한다. 구한말 대한제국 시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한국전쟁, 1960~80년대 고도성장기 등을 거쳐 2000년대에 이르는 100여년간의 한국 미술 주요작을 망라해 소개한다.
채용신 ‘허유, 유인명 초상’(1924~192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지난 1일부터 시작한 1부 전시는 구한말 서화 거장 안중식의 1912년 작 ‘산수’로 첫발을 떼면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의 작품을 다룬다. 채용신, 구본웅, 임군홍,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등 대가 70명의 작품 145점이 내걸렸다. 전반부는 사진기 등 광학기기가 들어오면서 근대적 시선으로 풍경과 사람 모습을 담아 그린 김규진의 ‘해금강총석’, 김은호의 ‘순종황제상’, 채용신의 ‘허유, 유인명 초상’ 등이 등장한다. 뒤이어 미술가라는 서구적 자의식을 견지하고 작업에 몰입했던 1세대 양화가 이종우, 나혜석, 도상봉 등의 유화들과 1930∼40년대 일제 총독부의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이른바 ‘조선 향토색’으로 통칭했던 초가집, 장독대, 동네 아녀자 등 소재를 화폭에 다뤘던 김중현, 이유태, 장우성 등의 그림이 등장한다. 후반부에는 이중섭의 ‘황소’ 등 한국전쟁 시기 명작들도 나온다.
김규진 ‘해금강총석’(1920).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오지호 작가의 방. 1930년대 명작 ‘남향집’(가운데)과 1980년대 말년작 ‘세네갈 소년’(왼쪽)이 내걸려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또 다른 관람 초점은 특정 작가 작품들만 모은 ‘작가의 방’. 한국적 인상주의의 개척자로 꼽혀온 오지호, 부부 작가 김기창과 박래현, 국민 화가 이중섭의 명작을 한 공간에 내보인다. 지난해 4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14억원에 낙찰된 이중섭의 명작 ‘시인 구상의 가족’(1955)이 새 소장품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다음달 26일 시작하는 2부에선 1960~2000년대 소장 명품이 나온다.
동시에 개막한 서울관의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는 1960~2010년대 한국 동시대 미술을 움직여온 주요 작가들의 수작 모음이다. 2013년 서울관 개관 이래 처음 열리는 상설전이다. 김환기, 권진규, 백남준, 하인두 등 83명의 작품 86점이 추상, 실험, 형상, 혼성, 개념, 다큐멘터리 영역별로 출품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층 들머리에 전시된 거장 김환기의 말년 작 ‘산울림 19-Ⅱ-73#307’(197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1층 들머리에는 거장 김환기의 말년 작 ‘산울림 19-Ⅱ-73#307’(1973)과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1961)를 필두로 지난 50여년간 한국 미술사를 빛낸 명작과 주요작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이 1995년 독일 볼프스부르크미술관 개인전에서 전시했던 ‘잡동사니벽’과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2007)은 미술관이 소장한 뒤 처음 대중에 소개하는 출품작이다. 가로 세로 각 7.6㎝ 크기의 미세 그림 8500여개로 13m 높이의 거대 화폭을 만든 강익중의 ‘삼라만상’도 눈길을 끈다.
백남준이 1995년 독일 볼프스부르크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설치 작품 ‘잡동사니벽’. 국립현대미술관 상설전을 통해 처음 한국 관객에게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서울 소격동 갤러리 현대가 개관 55주년을 맞아 지난달부터 열고 있는 기획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는 지난 50여년간 갤러리와 연을 맺은 한국 대표 작가 36명의 주요작을 망라해 내놓았다. 창업주 박명자 회장이 전시에 소개했던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도상봉, 이대원, 박래현, 김종학 등 작고·원로 작가 24명의 작품과 성능경, 곽덕준, 이건용, 이강소, 김차섭 등 실험적 미술가 계보의 작가 12명의 작품이 나왔다. 1부에 해당하는 이들의 전시는 15일까지 진행된다. 오는 22일부터는 프랑스에서 작업하거나 추상 회화 등을 그리며 화랑과 인연을 이어온 작가 등을 2부 전시로 소개한다.
권진규 ‘모자상’(196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리움과 국공립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한국 근현대미술 대가 8명의 수작을 추려 꾸린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기획전 ‘그림이라는 별세계’(7월20일까지)도 볼 만하다. 일제강점기 조선 화단의 천재 화가로 꼽혔던 이인성의 대표작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아리랑고개’를 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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