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에서 활개 치는 중국 간첩을 잡고도 처벌 못 하게 해놓고 중국에 그저 ‘셰셰’하며 머리 숙이는 것이 실용주의 외교라 말하시겠냐”
(14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글)
“민주당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간첩죄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냐. 언제까지 ‘중국몽'에 부화뇌동해 우리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을 대변할 셈이냐”
(13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페이스북 글)
간첩죄 처벌 범위를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형법 개정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막았다는 주장이 최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여야 간 법안 보완 논의가 이어지던 중 회기가 종료돼 법안이 폐기된 것이란 사실이 앞서 언론의 팩트체크로 드러났고,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도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음에도 이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가짜뉴스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후보가 내세우는 실용외교를 ‘대중굴종외교’로 규정하며 “국내에서 활개 치는 중국 간첩을 잡고도 처벌 못 하게 해놓고 중국에 그저 ‘셰셰’하며 머리 숙이는 것이 실용주의 외교라 말하시겠냐”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도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간첩죄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냐. 언제까지 ‘중국몽’에 부화뇌동해 우리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을 대변할 셈이냐”고 주장했다.
간첩법 개정안 반대는 법원행정처가…여야 통상 심의 과정
두 사람의 주장 모두 간첩죄 처벌 범위를 ‘적국(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을 이 후보와 민주당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간첩법 개정 문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간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된 시기는 21대 국회인데, 당시 법안을 반대한 것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아닌 법원행정처였다. 외국에 대한 간첩죄 처벌은 유사한 규정을 담은 군사기밀보호법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적국(북한)과 적국이 아닌 나라에 제공하는 국가기밀 정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입장이었다. 과잉 입법 우려가 있으니 법안을 보완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나 법원행정처의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이었던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개정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며 “개정을 해야 된다고 한다면 군사기밀보호법과 다 같이 놓고 심의를 전체적으로 해서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견이 있긴 마찬가지였다. 법 개정 시 국가기밀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법원행정처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당시 법사위 여당 간사였던 정점식 의원이 군사기밀보호법 개정안과 함께 검토하자고 제안하면서 논의는 중단됐고 이후 21대 국회 회기 종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여야가 법안을 심의하는 통상적인 과정이었을 뿐, 어느 한 정당이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헌재도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안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김병주, 강유정, 위성락, 박선원, 장경태 등 여러 민주당 의원들은 22대 국회에서 간첩죄 처벌 범위를 넓히는 취지의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12·3 내란사태가 터지며 법안 논의는 멈춘 상태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외국 등을 위해 간첩한 자도 처벌하는 등으로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들을 발의했고, 2024년 11월13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여당 및 야당 소속 국회의원 발의 형법 개정안들을 반영한 대안을 제안하기로 심사됐으므로, 민주당이 위와 같은 형법 개정안에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유 의원과 이준석 후보에 앞서 윤 전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도 ‘민주당 간첩죄 개정 반대’를 주장했지만 여러 언론의 팩트체크로 일찌감치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바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간 합의안 마련과 이견 조율을 위해 심사가 진행되었고, 국민의힘 의원님들 또한 개정안의 우려점을 개진하신 바 있다”며 “이것을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되었다'고 하기엔, 자당(국민의힘) 의원님들을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의 가짜뉴스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같은 내용의 가짜뉴스가 정쟁 소재로 끊임없이 재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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