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후보가 신은 운동화에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선거운동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당선된다면 정치보복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거나 ‘정치보복을 할 것이냐’고 묻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좀 달라 보이지만, 그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은 ‘정치보복’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통합을 위해서’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말은 202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국민 통합과 화합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말은 1997년 12월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마침 이재명 후보도 이번 선거의 핵심 기조가 ‘성장과 회복, 통합’이라고 한다. 이재명 후보의 ‘통합’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합’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통합’과 같은 의미일까, 아닐까?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 12일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당 한동훈 전 대표, 조경태 의원 등이 요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당 요구나 제명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선거운동이 좀 더 진행되면, 혹은 선거 결과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다면 또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입장은 그렇단다. 김문수 후보는 일관되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이기에,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고 해서 입장을 곧바로 바꾼다면 그것도 웃긴 일이다. 지금은 선거운동 기간이니 그 당 당원이나 지지자들 사이에 ‘통합’이 중요할 테고, 그 ‘통합’을 위해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선을 긋는 것이 더 어렵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 고민했던 그 ‘통합’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 했던 그 ‘통합’, 그리고 김문수 후보가 지금 고민하는 그 ‘통합’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정치인들은 ‘국민 통합’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에 함께 속한 사람들이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서로 인정하면서 공동의 목표에 합의하고 협력하는 것은, 시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 중요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사회 전체의 공동 목표를 제안하고 동의를 얻기 위해 설득하는 언어로 ‘통합’은 유의미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정치인들이 ‘국민 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종종 ‘과거의 일을 더 이상 따지지 말고 묻어주고 덮어주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그래서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받을 수 있었다. 아마 김문수 후보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정치인 다수는 이런 ‘통합’적 관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묻어두고 덮어두면서’ 대선을 치르고 쭉 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자. 김영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통합’을 위해 했던 결정은 역설적으로 ‘통합’을 해치는 우리 사회의 균열을 보이지 않게 점점 더 키워왔고, 그 결과 중 하나가 ‘12·3 내란’이다. 무슨 짓을 하든 ‘묻어주고 덮어주었던’ 지난 두번의 ‘통합’은 ‘12·3 내란’ 주동자, 동조자, 방조나 묵인을 하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고, 5천만 정치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데 치명적인 덫이 되었다.
‘관용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무제한적인 관용은 반드시 관용의 파괴로 이어진다. 관용적인 사회가 관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관용에 대해 관용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자유주의 이론가 칼 포퍼가 한 말이다.
아마 우리는 이번 대선 기간 이쪽저쪽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들을 것이다. 그때마다 각자가 말하는 ‘통합’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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