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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소설 '동물농장'으로 본 생각 리부팅

머니투데이 송인호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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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송인호 소장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발표한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69%가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고 정치권에 이용당하는 느낌마저 든다는 인터뷰로도 일부 신문에 소개됐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인간사회에서 반복되는 '정치의 자기합리화'와 '대중의 우울증 그리고 무력감'이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흡사 조지 오웰의 작품 '동물농장'의 한 단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농장'을 짧게 소개한다. '올드메이저'라는 늙은 돼지가 "모든 동물은 인간 농장주인에게 착취당하고 있다"고 외치면서 다른 동물들을 설득해 혁명의 기초를 다진다.

그가 죽은 다음에는 돼지 스노우볼과 돼지 나폴레옹이 본격적으로 '평등'의 슬로건으로 혁명을 이행한다. 혁명이 성공한 뒤엔 동물들이 새로운 유토피아 '동물농장'을 만들어 여러 규칙을 세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동물들은 침대에서 자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등등.

그리고 권력을 잡은 돼지들은 특권을 누린다. 특히 돼지 나폴레옹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과와 우유를 독점하면서 인간처럼 즐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사과와 우유를 먹는 건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뇌노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돼지 나폴레옹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선 자기의 특권과 권력이 필요하다며 기존 규칙을 은밀히 바꾼다.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라며. 이 말을 들은 양들은 기계적으로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를 외치며 현실을 외면한다. 이미 관성에 길든 많은 동물은 그 영향과 결과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나폴레옹과 다른 돼지들이 농장주의 집안 침대에서 인간처럼 자는 것을 동물들이 발견한다. 원래 새로운 규칙은 인간의 사치와 타락을 상징하는 침대를 금지한 것이었지만 돼지들은 편안함을 위해 규칙을 슬그머니 바꾼다. 새로운 규칙은 '모든 동물은 침대에서 자지 말아야 한다. 단, 비위생적이고 해로운 시트가 없는 침대는 괜찮다'로.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고된 두뇌노동을 하니 더 좋은 수면이 필요하다"고. 결국 동물농장의 모든 규칙은 바뀌어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된다.


동물들은 인간과 술자리를 한 돼지들을 보며 충격에 빠진다. '동물농장'은 이렇게 끝을 낸다. '이제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동물농장은 모든 인간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득권의 부패와 대중의 무력화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어찌 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리터리시와 비판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국민이 원함'이란 슬로건은 기득권자들의 권력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이 됐고 '민주주의 보호'라는 이름은 특정 기득권을 강화하는 게 아닌지 물어보게 된다.

지금 우리 모두 현재의 모든 상황을 다시 한번 리부팅하면서 쏟아지는 미디어의 정보를 새로이 비판해 보는 것은 어떨까.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송인호 소장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송인호 소장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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