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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후보, 동아시아 엄중 정세 쉽게 보다 큰일 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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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서면 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 하고 있다./남강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서면 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 하고 있다./남강호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유세에서 “(제가 지난해)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하고 대만에도 ‘셰셰’ 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제가 틀린 말을 했나”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3월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라며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도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일본 대사한테도 ‘셰셰’ 하려고 하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 잘못됐나”라고도 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너무 단선적이고 경박한 발언들이다.

이 후보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물건도 팔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중국 대만 문제는 전혀 다르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대만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 다음은 대만이라고 한다. 지금 국력을 기울여 무서울 정도로 무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이 왜 그러겠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한반도는 바로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북해 함대와 동해 함대가 대만으로 이동하는 길목이 서해이고 주한 미 공군은 이 길목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를 뻔히 아는 중국은 군산·오산의 미 공군기지를 선제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군사 전문가는 워게임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동시에 북한을 부추겨 한반도에 제2전선을 만드는 방법으로 주한 미군의 발을 묶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중국에 셰셰 하고 대만에 셰셰 한다고 이 엄중한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말도 되지 않는 논리다.

우리 해상 운송량의 30% 이상은 대만해협이나 그 부근을 지난다. 남중국해까지 합하면 한국 해상 교역의 90% 이상이 이 일대를 지난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지난해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한국이 둘째로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첫해 대만 국내총생산(GDP)이 40% 감소하고 한국 GDP도 23.3%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이곳 정세는 우리와 직결된 문제인데, 무슨 수로 모른 척하고 우리끼리 잘 살겠다는 것인가.

주변에 외교·안보 전문가를 여럿 두고 있는 이 후보가 정말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생업에 바빠 국제 정치 문제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 셰셰 발언을 덮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밀어붙여서 선거 국면을 넘기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고 만에 하나 정말로 셰셰를 한다면 나라가 큰일을 당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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