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의 대만 통일 지지했나…대만 ‘화들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통일과 평화’를 언급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대만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대만에 대한 통일 의지가 확고한 중국과 회담 과정에서 대만 관련 협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미국 당국은 대만과는 무관한 발언이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가 통일을 지지해달라’는 입장을 내놔 의혹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며 “이는 중국에도, 우리(미국)에도, 평화와 통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집권 민진당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단어인 ‘통일’이 언급되자 미국 당국이 직접 해명했다.

대만에서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통일’은 미중 무역관계에 대한 지칭”이라면서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함없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명백히 미중 무역관계를 지칭한 말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만 내 정부 인사와 외교 인사들 사이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이 변화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대만 총통실 대변인도 파장을 의식한 듯 성명을 통해 “미중 무역협상에서 대만 관련 사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기자회견 중 무역협상에서 대만 문제가 다뤄졌다는 추측에 대해 “관련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해당 의혹을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대만사무판공실은 “국제사회가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 반대하고, 국가통일을 완수하고자 하는 중국 인민의 정의로운 일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만군 예비역 중장인 솨이화민은 중국중앙TV(CCTV) 인터넷판 인터뷰에서 대만을 장기판의 말에 비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라는 잘 써먹을 수 있는 말을 포기하겠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말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존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