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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빌런’ 전동킥보드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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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 학원가에 설치되는 킥보드 금지 표지판. 연합뉴스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 학원가에 설치되는 킥보드 금지 표지판. 연합뉴스


출근길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모습이 버스정류장 옆 인도에 쓰러져 있는 전동킥보드다. 행인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킥보드를 피해 돌아가거나, 킥보드 때문에 광역버스 줄 방향이 바뀌는 일도 있다. 치우려고도 해 봤지만, 이게 생각보다 무겁고 잠금장치가 걸려 있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 출근길 직장인의 진로를 방해한 전동킥보드는, 퇴근길엔 중고생들의 ‘불법 이동수단’으로 다시 목격된다. 무면허가 확실해 보이는 중학생(2종원동기 16세 이상)이 헬멧도 쓰지 않고 머리카락 날릴 정도로 쌩쌩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여학생 세 명이 끌어안고 전동킥보드 한 대에 위태롭게 몸을 싣고 달리는 곡예도 봤다. 신분 확인 과정이 허술해 학생들이 ‘놀이기구’처럼 사용하는 걸 못 막는다. 전동킥보드를 타던 청소년이 사망사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안타까운 일도 끊이지 않는다. 맨몸이 노출되는 구조상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의 치사율은 5.6%로 전체 사고 평균(1.3%)보다 월등히 높다.

□ 결국 서울시가 칼을 뺐다. 홍대 레드로드와 반포 학원가에선 16일부터 전동킥보드 운행이 중지된다. 나름 노력을 했을 킥보드 업체, 규정에 맞춰 안전하게 쓰는 사람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 앞으로 뛰어드는 고라니를 연상시킨다고 ‘킥라니’라는 별칭까지 나올 만큼, 지금 전동킥보드는 배달 오토바이와 함께 행인의 불편불안을 조장하는 ‘거리의 빌런’이 돼 버렸다.

□ 공유재화를 함부로 쓰는 사람의 심리는 공유지의 비극(함께 쓰는 자원을 개인이 이기적으로 이용하며 생기는 폐해)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킥보드도 쓸 때는 소중한 이동수단이지만, 이용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남의 물건’이 된다. 이렇게 공유자원에서 창출되는 편익의 비용을 계속 사회에 전가하는 경향을 막지 못하면, 공유경제는 인간 이기심에 가장 최적으로 설계된 사유경제의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한때 공유경제 주요 사례로 주목 받았던 전동킥보드 산업이 중요 기로에 섰다. ‘내 것’이 아니면 아끼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관건이다.

이영창 논설위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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