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 산업군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의 새로운 활용 사례가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제는 사람의 일자리뿐 아니라 SaaS(Software as a Service)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번지고 있다.
처음에는 생성형 AI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즉 AI 에이전트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나 조직을 대신해 특정 작업을 자율적 또는 반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시스템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맥락이나 사용자 선호도, 새로운 데이터, 환경 변화에 따라 동작을 조정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일상 업무 의사결정 중 최소 15%가 자율 AI 에이전트에 의해 수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전망은 AI 에이전트가 SaaS 앱을 대체해 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키운다. 실제로 “AI 에이전트가 SaaS를 대체할까?”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관련 기사와 블로그 글이 수십 건에 이른다.
우려에 불을 붙인 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다. 나델라는 지난해 12월, BG2 팟캐스트에서 진행자 빌 걸리, 브래드 거스트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무너질 것이다. 결국 이들은 CRUD(Create, Read, Update, Delete) 데이터베이스에 비즈니스 로직을 얹은 것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로직은 AI 에이전트로 넘어갈 것이며, AI 에이전트는 복수의 리포지토리에 CRUD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어떤 백엔드든 구분 없이 처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로직이 모두 AI 계층으로 이동하면 백엔드 자체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나델라는 AI 에이전트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소개했는데, 엑셀이나 워드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AI 에이전트를 위한 특화된 캔버스로 동작한다. 나델라는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AI 에이전트는 SaaS를 없애기보다는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가트너의 수석 디렉터 겸 애널리스트 톰 코쇼도 이에 동의한다. 코쇼는 “AI 에이전트가 SaaS를 대체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SaaS 플랫폼 안에 구축해 놓은 자동화된 워크플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SaaS는 여전히 이들 워크플로우의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 SoR)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전틱 AI 덕분에 사용자가 SaaS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업무를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 앱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코쇼는 “AI 에이전트는 SaaS를 향상시키는 수단일 뿐,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이전트와 SaaS의 관계
에이전틱 AI가 기존의 전통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SaaS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사실상 전통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를 SaaS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변화도 있다. 에이전틱 AI는 누가 주도권을 갖는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바꾸는 기술이다.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소프트웨어를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한다. 에이전트 때문에 사용자가 더 이상 SaaS 앱을 직접 실행할 필요가 없어지면, 해당 앱의 사용률과 존재 가치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는 곧 SaaS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SaaS 앱은 사용자당 요금이나 사용량 기반으로 과금되기 때문이다.
더 발전된 AI 에이전트는 여러 SaaS 제품에 걸쳐 있는 부서 전체의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사용자마다 SaaS 계정을 구독하는 대신, 단일 에이전트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비용 절감 외에 시간 절약 효과도 크다. 통합 플랫폼 전문업체 스냅로직(SnapLogic)의 CTO 제레마이어 스톤은 최근 자사 세일즈포스 시스템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데이터 입력 및 보고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90%까지 단축했다고 밝혔다. 스톤은 “이런 변화가 반드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반복적인 단순 작업을 줄여 사람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ptio.ai의 프로그램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마이크 워츠는 에이전틱 AI는 학습 능력이 있기 때문에 SaaS 앱의 운영 규칙을 고치고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ptio.ai는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 개발사이다.
예를 들어,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등 여러 항목을 입력하는 양식의 UI 레이아웃이 변경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새로운 입력 항목이 추가되거나 기존 입력창의 위치가 바뀐다면, 일반 SaaS 앱은 관련 규칙을 수작업으로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이런 변화를 자동으로 학습해 백엔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동작을 조정할 수 있다. 워츠는 “문서 안의 변화에 AI가 적응하고 학습한다는 점이 바로 에이전틱 AI의 유연성”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전틱 AI의 현재와 해결 과제
가트너의 코쇼는 현시점에서 에이전틱 AI는 아직 성숙 단계에 이르지 않은 기술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부분의 AI 에이전트가 LLM을 사용해 구축되는데, LLM은 확률론적이다. 따라서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인해 원하는 만큼 정확한 대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코쇼는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그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편향돼 있다면 결과 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기업이 에이전틱 AI를 도입하기 전 반드시 자사 데이터 품질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안 역시 중요한 문제다. 에이전트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종종 접근이 제한되는 데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코쇼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때 자신의 권한을 기준으로 설계한다면, 다른 사용자가 에이전트를 사용하면서 원래는 볼 수 없는 데이터에 접근할 수도 있다”며, “AI 에이전트 구축에 착수하기 전에 데이터의 보안을 확실히 해야 하고, 사용자 보안이 데이터 수준부터 에이전트 수준까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AI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대표적인 SaaS 업체는 이미 기업이 쉽게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할 수 있는 노코드 기반의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해 격차를 좁히고 있다. 코쇼는 “올해가 지나면, 점점 더 많은 워크플로우가 자동화되고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전틱 AI 시장은 스타트업부터 대형 업체, 기업의 자체 개발 솔루션까지 다양한 플레이어가 뒤섞여 있다. 코쇼는 “대형 솔루션 업체가 자사 플랫폼 내에서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누구라도 자동화를 구축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사용한다면, 자동화를 지원하는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aaS 플랫폼 내의 AI 에이전트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AI 에이전트와 SaaS 플랫폼, 사용자 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진화는 분명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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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Patrizio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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