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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무가 모라우 "'코바', 인간의 기괴함 보여주는 도구"

연합뉴스 박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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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아트센터서 16~18일 공연…"고립된 인간·죽음에 관한 두려움 그려"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스페인 출신의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14. encounter24@yna.co.kr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스페인 출신의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14. encounter24@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코바'(Kova)는 인간 또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하고 기괴한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통상적인) 미와는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스페인 출신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용 언어 코바를 이렇게 설명했다.

GS아트센터가 '예술가들' 기획으로 소개하는 모라우는 현대 무용 안무가다. 2013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국립 무용상을 최연소로 받고 2023년 독일 무용전문잡지 '탄츠'에서 '올해의 안무가'로 선정되는 등 현재 유럽 공연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한 무용단 '라 베로날 컴퍼니'를 창단해 활동하고 있다.

코바는 모라우가 라 베로날 무용수들과 함께 개발한 일종의 무용 테크닉으로 라 베로날을 상징하는 안무법이다. 움직임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신체를 조형적으로 사용해 마치 로봇을 연상시키는 딱딱한 움직임이 많다. 코바는 핀란드어로 '단단한'이라는 의미다.

모라우는 "발레가 몸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테크닉이라면, (코바는) 거기에 반대되는 메소드(방법)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덜 인간적으로 보이는 방법론을 통해 기괴하고 이상한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독창적인 움직임 개념인 '가가'(Gaga)와도 대비된다고 했다. '가가'가 의도와 감정을 분출하는 데 주력한다면, 코바는 물리적인 형태 자체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나하린은 최근 '데카당스'를 국내에서 선보인 바 있다.


공연 '파시오나리아'[ⓒAlexFont. GS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공연 '파시오나리아'
[ⓒAlexFont. GS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모라우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코바를 활용해 만든 '파시오나리아'(Pasionaria)를 라 베로날 컴퍼니와 함께 선보인다. '파시오나리아'는 스페인어로 '열정의 꽃'을 의미한다. 어원이 된 라틴어의 뜻은 '고통'과 '수난'을 뜻한다. 그는 이런 이중적 의미를 강조해 열정과 고통이 부재한 인간의 미래를 그린다.

모라우는 "(현재) 서로 바라보지 않고 개개인이 고립돼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인간이) 고립되고 있는 운명을 일부 인정하는 과정도 그렸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 무용을 처음 접한 관객, 현대무용을 좋아하는 관객 등 모두가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라 벨로날의 무용수 앙젤라 보슈는 "('파시오나리아'가) 신체를 분절하는 움직임, 제한된 움직임을 선보인다"며 "춤출 자유가 없는 듯한 압축된 공간에서 춤추는 점이 다른 라 베로날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라 벨로날 무용수 앙젤라 보슈(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라 벨로날의 무용수 앙젤라 보슈가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14. encounter24@yna.co.kr

라 벨로날 무용수 앙젤라 보슈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라 벨로날의 무용수 앙젤라 보슈가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14. encounter24@yna.co.kr


모라우와 라 벨로날 컴퍼니는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이하 '죽음의 무도')도 선보인다. 죽음을 기리는 전통춤 '토텐탄츠'(Totentanz)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 베로날의 최신작으로, 삶의 연약함과 가치를 상실한 삶을 탐구한다.

모라우는 "유럽은 지금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이민자가 추방을 겪는 등 사회적으로 소용돌이 속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죽음이 사회와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는 작업"이라고 했다.


'죽음의 무도'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박물관, 성당, 미술관 등 각 장소의 특성에 맞게 서로 다른 버전으로 공연이 제작된다. 내한 공연에서는 GS아트센터 로비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모라우는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다르게 공연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GS아트센터 공간은 지금까지 해왔던 곳과 다른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연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LorenzaDaverio. GS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공연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
[ⓒLorenzaDaverio. GS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간담회에서는 최근 서울 국립극장에서 파격적인 공연으로 관심을 모은 안헬리카 리델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안헬리카 리델과 모라우 모두 스페인 출신 예술가로서 어둡고 기괴한 면모를 다룬다는 점에서다.

모라우는 이에 관해 "스페인 예술가들에게 어둠에 대한 강박이 있지 않나 싶다"며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 등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스페인은 아름다운 태양과 파티, 음악으로도 알려졌지만, 한편으로는 불가사의함이 가득한 곳"이라며 "영화, 건축,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삶의 어두운 면모를 얘기하는, 또는 어둠에 대한 강박을 가진 작품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저희는 40년간 독재정치를 겪었고 할아버지 세대는 교육 시스템 안에서 억압받아왔다"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마주할지, 어떻게 대항할지가 작품에서 드러난다"고도 했다.

'파시오나리아'는 오는 16∼18일, '죽음의 무도'는 17∼18일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와 라 벨로날의 무용수 앙젤라 보슈, 후안 힐 갈린도 프로덕션 감독이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5.05.14. encounter24@yna.co.kr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와 라 벨로날의 무용수 앙젤라 보슈, 후안 힐 갈린도 프로덕션 감독이 14일 서울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5.05.14. encounter24@yna.co.kr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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