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결정이 났을 때 설리번의 모습을 담은 법정 스케치. /로이터 연합뉴스 |
영국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38년간 옥살이를 한 남성이 누명을 벗게 됐다.
13일 BBC 등에 따르면, 런던 항소법원은 이날 피터 설리번(68)을 1986년 8월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범인으로 인정한 1987년의 법원 판결을 파기했다. 설리번은 퇴근길이던 여성 다이앤 신달(당시 21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가 풀려날 수 있었던 건 새로운 DNA 검사에서 나온 증거 덕분이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채취되어 보존된 남성 체액에 대한 새로운 DNA 검사에서 설리번이 아닌 범인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후 범죄사건재검토위원회(CCRC)가 지난해 이 사건을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 당시에는 채취된 체액으로는DNA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법원은 범행에 두 명 이상이 가담했다거나 체액이 사건 외에 다른 행위로 나온 것이라는 증거가 없었다고 봤다. 법원은 “새로운 DNA 증거를 인정하는 것이 정의를 위해 타당하고 필요하다”고 판단 내렸다.
이에 따라 설리번은 체포된 이후 38년 7개월 21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매체는 “이는 영국에서 사법 오류로 잘못 복역한 최장 기간”이라고 전했다.
최초 수사 당시 설리번이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목격자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살해된 다음 날, 피해자가 입었던 옷 일부가 불에 타고 있는 것이 발견됐는데 당시 주변을 지나던 한 커플이 덤불 속에서 달려나오는 남자를 목격했다. 이들은 그 남성을 설리번이라고 지목했으나, 이후 용의자 신원 확인 과정에서는 설리번을 골라내는 데 실패했다.
조사 기간 설리번의 진술은 오락가락했으며, 심문을 받는 동안 살인 행위를 자백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설리번 측은 이에 대해 설리번에게 학습 장애가 있으며 당시 변호사나 적절한 보호자 없이 조사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후 변호사를 대동할 수 있게 됐을 때, 자백을 조작했다고 밝히며 자백 사실을 철회했다. 설리번은 유죄 판결 이후에도 계속 무죄를 주장해왔다.
교도소에서 화상 연결로 심리에 출석한 설리번은 무죄 석방 통보를 받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였다. 설리번은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내게 일어난 일은 대단히 잘못됐지만, 이 모든 일이 끔찍한 인명 손실로 인해 일어났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했다. 이어 “화가 나지도 비통하지도 않다. 내게 주어진 남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돌아갈 일이 걱정될 뿐”이라면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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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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