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상징이자 심장 손흥민, 포스테코글루는 '결승전 벤치'라는 대담한 선택을 할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올 시즌 농사와 다음 시즌 그림까지 동시에 그릴 수 있는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 앞에는 흥미로운 고민과 선택지가 놓였다.

토트넘은 오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6 중 한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치른다.

2007-08 리그컵 우승이 가장 최근의 정상 정복 경험인 토트넘 입장에서는 무관의 기운을 털 좋은 기회다. 2018-19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리버풀과 만나 허무하게 0-2로 패했던 기억이 있는 토트넘은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부상자는 중앙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 중앙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다. 손흥민이 발등에 이유 모를 부상에서 회복해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리그 36라운드에 후반 교체로 나서 감각을 조율했다.

팀은 0-2로 패하며 잔류 마지노선인 17위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강등권 세 팀이 일찌감치 정해졌고 승점 차로 상당히 많이 난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남은 리그 두 경기를 가볍게 치르는 대신 UEL 결승에 올인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12일 토트넘은 UEL 결승전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여러 선수가 언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밝혔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말을 전했다.

그는 "리그에서 형편없고 컵대회에서는 놀랍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쉬운 말이자 공정한 평가라고 본다. 물론 늘 정상에 싶은 마음이고 일주일에 세 경기를 치르는 것이 힘들었던 순간도 있으며 리그에서 경기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라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다패를 기록한 리그 성적이 팬들에게는 미안함으로 작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도 우승은 모든 기억을 지운다. 외부에서는 리그 16위인 맨유와 17위 토트넘이 UCL 다음으로 권위 있는 유럽클럽대항전인 UEL 결승에서 만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논쟁을 위한 논쟁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1-22 시즌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분데스리가 11위로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UCL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결승에서 레인저스(스코틀랜드)에 연장 12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기며 우승과 UCL 티켓을 받았다. 2022-23 시즌 세비야(스페인)도 프리메라리가 12위였지만, AS로마(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1-1로 승부를 내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4-1로 이기며 우승, 유로파의 제왕임을 확인했다.

비카리오도 "구단의 역사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 이 시점부터 열흘 동안 집중해서 결승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무조건 우승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민 한 가지가 있다. 수비는 틀이 잡혀 있고 미드필더도 마찬가지지만, 공격 조합에서 손흥민에게 선발 기회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주장을 벤치로 밀기에는 부담이 크지만, 반대로 한 달 만에 부상에서 회복해 이제 경기 체력을 만든 손흥민을 부담감이 큰 결승전에 내세우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선택도 필요하다.

매체는 독자들에게 포스테코글루로 빙의하면 손흥민을 선발로 내세울 것인가를 물었다. 손흥민이 부침이 있는 시즌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경험치는 그 누구보다 많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리버풀과의 UCL 결승 선발 중에 유일하게 토트넘에 남아 있는 존재가 바로 손흥민이다. 단판 승부의 해법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손흥민에게도 엄청난 승부다. 매체는 '손흥민은 이 경기가 구단,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그는 이전에(=리버풀과의 결승=) 영광을 누릴 기회를 놓쳤다. 절충점은 그가 선발 대신 강력함을 남길 수 있는 교체 선수일 수 있다'라면서도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손흥민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자격이 있다는 점이다'라며 상당히 논쟁적인 상황에 놓인 포스테코글루의 최후 선택이 흥미롭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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