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 '줄라이 패키지' 협의, 작업반 구성 없이 간다... 분야별로 순차 진행될 듯

18개국 동시 협상 중인 미국 측 사정 반영한 듯

안덕근(오른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월 24일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상호관세를 포함해 한미 간의 통상 현안을 7월까지 결론 내는 패키지 딜(줄라이 패키지)이 분야별 순차 협의를 통해 마련될 전망이다. 당초 6개 정도의 작업반을 구성해 동시다발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틀을 바꾼 것이다. 미국 18개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데다가 한미 간 논의 의제가 압축적이고 얽혀 있어 협의 방식을 수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작업반 구성 없이 분야별로 순차 협의키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측과의 기술협의를 통해 별도의 작업반 구성 없이 분야별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산업부는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 뒤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작업반을 꾸려 7월 8일까지 '줄라이 패키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줄라이 패키지' 논의는 분야별로 양국이 차례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협의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처럼 통상 범위가 넓고 복잡한 협상은 작업반을 꾸려 별도 논의가 이뤄지는데, 논의 이슈가 적거나 (작업반을 꾸릴) 필요성이 없을 때 이런 형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협의 방식을 바꾼 데에는 미국 측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담당 조직인 USTR 규모가 200명 정도로 작은데, 18개 국가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국가별로 작업반을 구성할 여력까진 없는 상황이다.

한미 간 협의 의제가 서로 얽혀 있다 보니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은 품목별 관세와 상호 관세를 없애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위해 종합 패키지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업반 별로 각자 논의할 때는 양국이 요구사항을 주고 받는 걸 결정하기 어려운데, 연이은 논의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 측의 요구 사항을 전달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협의 틀은 이번 주 말쯤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15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하는데, 한미는 이때 장관급 협의를 열어 진전 사항을 평가할 계획이었다. 애초 이 행사의 한국 측 대표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지만, 상황을 고려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직접 제주를 찾아 그리어 대표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