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효자 이군익씨가 2006년 중국 산둥성의 태산을 오르고 있다. 아버지(당시 92세)가 지팡이를 잡고 지게 의자에 앉아 있다. [이군익 제공] |
" '당신은 나의 찬란한 빛이었습니다' "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누구일까. 바로 아버지·어머니이다. 엊그제 맞은 53회 어버이날의 주제다. 잘났든 그렇지 않든 어버이는 누구에게나 찬란한 빛이다. 이날 52명(단체 포함)의 효자가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방식이 독특한 자녀가 포함됐다. 게다가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군익(59·인천광역시)씨는 정부가 배포한 자료에 '지게 효자'로 소개됐다. 또 부부가 어머니(장모)에게 간을 기증한 수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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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빛낸 효자들
대통령 표창 수상은 '지게 효자'
중국 태산, 덕유산·팔봉산 올라
부모에 장기 기증 6년간 578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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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짊어지고 3시간 등정
지게 얘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반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당시 92세)가 실의에 빠졌고 석 달 만에 백발로 변했다. 이씨는 아버지를 위해 금강산 관광을 결정했다. 산 근처에서 보는 것보다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방법을 고민했다.
해답이 지게 의자였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알루미늄 지게를 사다 팔걸이·안전벨트·발받침 등을 붙였다.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두어 시간 올랐다. 아버지는 아들 걱정에 "그만 가자"를 연발했다.
비가 와서 돌아섰고, 한 시간 만에 내려왔다. 지게 끈이 누른 탓에 어깨와 팔이 검은색을 띠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안 힘들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아픔이 사라졌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 몸무게는 43㎏, 지게는 13㎏였다. 이씨는 내친김에 그해 9월 덕유산 정상(향적봉)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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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산객 "보고 배워야"
'지게 효자' 이군익씨의 지게. 알루미늄으로 만든 지게에 의자, 안전벨트, 발받침 등을 붙였다. 대전의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전시돼 있다. [KBS 캡처] |
그날 산행에 산둥성 지역방송 제노TV가 따라붙었다. 당시 방송을 보면 태산의 한 등산객은 "오늘 무척 감동했다. 저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저 한국인처럼 연로한 부친에게 효를 행하는 사람이 있다. 불효를 행하는 사람은 배우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저 사람은 밥도 못 먹고 아버지를 모시고 태산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이듬해 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서산 팔봉산에서 지게 등정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2012년 세상을 떴다.
이씨는 2017년 대전에 문을 연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지게를 기증했다. 지게 옆에 그가 지은 시조 '백발회흑(白髮回黑·흰머리가 검게 되다)'이 전시돼 있다. 이씨는 "아버지 머리가 검은색으로 돌아와서 참으로 뿌듯했다"면서 "한 가정에서 효가 행하면 옆집, 옆 나라로 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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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모친에 2대 1 간 이식
어버이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신보미(46·공무원)씨는 2018년 암을 앓던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했다. 남편의 간도 함께 이식됐다. 둘의 간을 한 명에게 주는 2대 1 간 이식이다. 이런 방식은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한다. 한 사람의 간의 부피가 작으면 기증자·이식자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둘의 간을 조금씩 떼서 한 명에게 이식한다. 이런 방식은 기증자가 자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 둘이 나선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방식이 드물다. 의술도 따라오지 못한다. 신씨처럼 부부가, 그것도 사위까지 나서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한국의 효 문화가 바탕에 깔렸으니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간을 기증한 아들 오지훈(왼쪽 둘째)씨와 어머니가 중앙대병원 의료진과 기념 촬영을 했다. 간경화를 앓던 어머니는 아들의 간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사진 중앙대병원] |
서울 동작구 오지훈(54·포크레인 임대업)씨는 지난 4월 중순 간경화를 앓는 어머니(75)에게 간을 기증했다. 올 1월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간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고 진단하자 별 고민하지 않고 나섰다. 두 살 아래 동생은 아이들이 아직 어린 편이라 본인이 나섰다고 한다. 오씨는 "어머니는 위 출혈과 복수로 고통스러워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렀다"며 "어머니가 미안해하고 고맙다고 하지만, 자식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라고 쑥스러워한다.
이식 후 어머니의 출혈 증세 등이 사라졌다. 핏기없던 얼굴 혈색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이달 2일 퇴원했다. 모자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증세가 없다. 간을 60~70% 기증하고 1년 지나면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오씨는 "간 이식 후 주변에서 효자라는 말을 들으니 앞으로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가 꼭 100세까지 사셔야 한다"고 말한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어버이날을 맞은 아들의 선물"이라며 "환자가 100세를 넘겨 건강하게 장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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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자녀,신장은 배우자가 많이 기증
정근영 디자이너 |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4년 생존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1980명이다. 생존자 기증은 2019년(2698명)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의정 갈등 때문에 더 줄었다. 지난해 생존자 기증 중 부모에게 신장·간을 제공한 자녀가 742명이다. 2019~2024년 5781명이다. 신장 기증자는 배우자가, 간 기증은 자녀가 많다. 각각 41.6%, 64.4%(2023년)를 차지한다.
장호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은 "의정 갈등에다 기증자의 건강 부담 등으로 생존자 기증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올해는 다행히 10%가량 증가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생존자 기증은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끼리만 가능하다. 이런 가족이 없으면 4촌 이내 친족도 가능하다. 장기 매매 우려 때문에 이렇게 제한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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