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 [뉴시스]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헤다’의 심리를 쫓아가는 게 수학 문제를 풀듯이 어려웠어요. 이 여자의 심리는 1 더하기 1을 했는데 2가 아니고 0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4가 되기도 하는 여자거든요.”
지난 7일부터 연극 ‘헤다 가블러’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이영애(54)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 ‘헤다’를 준비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이같이 표현했다.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영애는 “(헤다)안에 있는,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한 과정이 어렵다”며 “제가 (연기)한 게 정답이라 할 수 없는 미지수를 낳는 여자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심리를)같이 풀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시청자를 만났던 이영애의 연극 무대는 1993년 김상수 작·연출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 ‘짜장면’ 이후 32년 만이다.
오랜만에 서는 연극 무대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영애는 “몇십 년 만에 연극을 했으니까, 첫해에 배가 부르지 못하다”며 “아직 5회밖에 안 했으니 새롭게 오실 때마다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이 원작이다.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그리는 작품이다.
이영애는 공연에 출연하게 된 배경으로 ‘타이밍’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헤다 가블러’ 원작을 번역한 자신의 대학 은사인 김미혜 교수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이영애는 “교수님이 입센 작품을 10년 넘게 완전히 번역했고 노르웨이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교수님께) 입센 작품 중에 어떤 걸 할지 오가는 얘기 중 ‘헤다 가블러’를 하겠다고 했었다”며 “드라마 ‘운수 좋은 날’ 촬영이 끝난 타이밍에서 한 달 정도 고민이 있었지만 주변 지인과 공연장 등 여러 가지 타이밍이 맞았다”고 말했다.
주인공을 설득력 있는 악녀로 그리기보다 이해할 수 있는 여자로 표현했다는 이영애는 “이 여자의 성격 자체는 차갑고 현대적인, 외롭고 소외된 사회에서 누구나 고립될 수 있다”며 “주위에 사람이 많지만 자기 홀로 떠 있는 사람도 많고 가족이 있지만 사랑이 부족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헤다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아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해석했다”며 “기존에 알던 헤다 이미지를 생각하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헤다는 그럴 수 있다고 정의를 내리고 싶고 누구나 자신 속에 헤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서로에게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는 연극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