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
2차전지 업종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등 투자자 이목을 끌었던 종목 주가가 고점 대비 큰폭으로 하락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가 이중고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3일 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9500원(2.95%) 하락한 31만2000원에 삼성SDI는 4000원(2.29%) 내린 17만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차전지는 한때 반도체 업종 뒤를 이을 한국 미래 먹거리 산업 대표주자로 꼽혔지만 지금은 뚜렷한 성과 없이 대규모 투자만 지속되는 돈 먹는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본격적으로 전기차(EV) 배터리가 시장 주목을 받았던 2020년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가격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신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효율이 좋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친환경으로 전환 속도가 늦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 지원 아래 중국 2차전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LFP 배터리를 시장에 내놓으며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과잉생산을 통해 치킨게임을 벌이자 지난해 하반기 유럽 최대 2차전지 업체 스웨덴 노스볼트는 파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중국 2차전지 기업의 대거 물량공세에 살아남았지만 주가는 반토막났다.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73% 줄어든 5754억원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2022년 공모가 수준(30만원)까지 하락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삼성SDI도 영업이익이 2023년 1조5455억원에서 2024년 3633억원으로 급감하며 주가는 고점 대비 78%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SK그룹 내에서 2차전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은 2024년 영업적자가 1조866억원으로 2023년 5818억원에서 급격히 늘었다.
국내 기업들도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업계에서는 중국산과 국산 LFP 배터리 제조 원가가 약 40%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전세계에서 EV시장을 주도하는 유럽에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유럽 시장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12%, 14% 감소했다"며 "SK온을 포함한 한국 배터리 3사 합산 시장 점유율은 3월 누적 기준 37%로 같은기간 8%p(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2차전지 1위 기업 중국 CATL이 지난달 21일 자사 제품을 공개하는 테크데이 행사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올해 연말 양산하겠다고 밝히자 기술력에서도 한국 2차전지 기업이 중국 기업에 밀렸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내 2차전지 기업 부진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아닌 구조적 경쟁력 약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안전성이 높을뿐 아니라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저온환경에서도 효율이 잘 유지돼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아왔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기 소식도 국내 2차전지주 투심을 훼손하는 요소다. 12일(현지시간) WSJ(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전기차 세액공제를 2026년까지만 적용하고 20만대 이상 판매된 차에 대해서는 세액공제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축소 우려로 2차전지 산업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며 "AMPC가 축소될 경우 2026년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16.4%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이 대선 이후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엔켐은 전날 나트륨 배터리와 관련해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밝히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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