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D2SF, 10년 간 5조 규모 스타트업 키웠다..."이제는 손잡고 글로벌로"

[배수현 기자]

지난 10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 온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네이버 D2SF가 향후 10년 간 성장전략으로 글로벌 진출 확대를 제시했다.

초기 스타트업 자양분 '네이버 D2SF'

네이버 D2SF는 13일 서울 강남 네이버 D2SF 사옥에서 '10주년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국내 스타트업 투자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공유했다.

네이버 D2SF는 지난 10년 간 총 115팀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이 중 99%가 투자 당시 시드 또는 시리즈A 단계였다. 이들의 기업가치는 현재 5조2000억원 규모로 지난 2021년 대비 약 4배 규모로 성장했고, 64%가 네이버와 구체적인 협업 아젠다를 발굴했다. 네이버 D2SF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생존율은 96%에 달하며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블록체인 등 초기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이 지난 10년 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이러한 성과를 내기 위해 네이버 D2SF는 시장 개척 기업 위주의 투자 관계 형성 투자 후 협업 진행 등 세가지 원칙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네이버 D2SF는 주로 성장 단계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CVC와는 달리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스타트업 위주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최초 AI 반도체 칩을 설계한 '퓨리오사AI'와 로봇 소프트웨어(SW) 기업 최초 상장사인 '클로봇', AI 데이터 플랫폼 최초로 상장한 '크라우드웍스' 등이다. 퓨리오사AI는 법인 설립 후 첫 투자를 포함, 이후 두 차례 후속 투자를 네이버 D2SF로부터 유치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처음에 퓨리오사를 만났을 때는 법인 설립도 안 된 회사가 어떻게 AI칩을 만들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퓨리오사가 가진 자본의 크기에 맞게 아이디어를 만들고 엔지니어와 협업한 결과 첫 투자를 이끌었고, 그 결과 D2SF 역사상 최장기 체류 스타트업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D2SF는 스타트업과의 관계 형성에도 노력했다. 투자 이후에도 입주공간, 클라우드 인프라 등 다양한 밸류업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성장을 견인해 가고 있다. 네이버 D2SF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 스타트업과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의 성장률은 약 9배 차이가 났다.

또 기존의 CVC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전략적인 투자를 하는 반면, D2SF는 반대로 투자를 먼저 진행한 뒤 협업 방향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와 스타트업이 협력할 수 있는 어젠다가 약 220건 정도 발굴이 됐으며, D2SF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64% 정도가 네이버와 직접적인 시너지를 발생하고 있거나 협력을 논의 중이다.

앞으로 10년, 이제는 북미로

네이버 D2SF는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글로벌 진출을 제시했다. 네이버의 성장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큰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이 지난 10년 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 제공

양 센터장은 "네이버가 창업한 뒤 검색과 모바일, 커머스 등 여러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AI 전쟁에 맞닥뜨렸다"며 "이러한 AI 경쟁은 글로벌 자본이 너무 강력하게 백업을 하고 있고, 국경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기술 경쟁의 장이기 때문에 굉장히 버겁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파트너와 만나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D2SF는 북미 무대를 공략, 국내 스타트업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투자를 북미를 통해 받고, 그 반대로 북미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D2SF는 지난해 10월에 D2SF US를 실리콘밸리에 열고 더 막대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성장 전략을 준비 중이다.

양 센터장은 "D2SF US는 실리콘 밸리 근처에 베이스를 마련해서 채용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네이버가 가진 글로벌 진출 경험을 녹여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 전략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더 큰 자본에 도달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스타트업, 협력은 계속된다

이날 네이버 D2SF와 함께 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참여해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네이버 D2SF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유치한 테크타카는 네이버쇼핑과 함께 주 7일 '네이버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며 당일 출고율 99.9%를 기록 중이다. 네이버 역시 커머스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테크타카를 통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축했다.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는 "네이버 D2SF는 투자 후에도 네이버 사업부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만들어 준다"며 "네이버 사업부와도 쇼핑 부분에서 긴밀히 협업하며 테크타카의 초기 성장과 중장기적으로도 되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센터장은 "네이버는 당일 배송이 굉장히 중요한 미션인데 파트너사를 물색할 때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 테크타카가 당일 출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며 "높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기록하는 파트너사가 없는 만큼 테크타카는 엄청난 물동량을 소화해 준다는 점에서 네이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모션 캡쳐 스타트업 무빈은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과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최별이 무빈 대표는 "네이버에서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데 필요한 모션 캡처 기술에 대해 서로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며 "치지직의 스트리머들이 무빈의 모션 캡처를 가지고 더 많은 방송을 재미있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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