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 약 비싸게 팔도록 업체 협상 지원
비협조 나라엔 관세… 한미 쟁점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비싼 약값을 다른 나라의 책임으로 돌리며 다른 나라에서 약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제약사를 지원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이번에도 무기는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무장관에게 다른 나라가 일부러 불공정하게 자국 약값을 시장 가격보다 낮추고 미국의 가격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행동을 취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책 핵심은 유독 비싼 미국의 약값을 다른 선진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약값과 ‘평준화(equalize)’한다는 것이다.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서 돈을 더 벌 경우 미국에서는 가격을 낮출 여유가 생긴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의약품 가격이 59% 인하될 것”이라고 썼다.
비협조 나라엔 관세… 한미 쟁점 가능성도
![]()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자신이 서명한 미 약값 인하 관련 행정명령을 취재진에 들어 보이고 있다. 서명 행사에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틴 마카리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이 배석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비싼 약값을 다른 나라의 책임으로 돌리며 다른 나라에서 약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제약사를 지원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이번에도 무기는 관세다.
비싼 美 약값, 선진국과 평준화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무장관에게 다른 나라가 일부러 불공정하게 자국 약값을 시장 가격보다 낮추고 미국의 가격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행동을 취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책 핵심은 유독 비싼 미국의 약값을 다른 선진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약값과 ‘평준화(equalize)’한다는 것이다.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서 돈을 더 벌 경우 미국에서는 가격을 낮출 여유가 생긴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의약품 가격이 59% 인하될 것”이라고 썼다.
미국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쓰지만 미국에서만 비싸게 팔고 외국에서는 싸게 팔다 보니 미국이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 다른 나라 약값을 보조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소비자 약값 부담 인하 정책을 소개하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제약사들은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에서 내고 있다”며 “오늘부로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보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이 다른 선진국이 지불하는 약값 중 최저 가격을 낼 것이라며 이를 ‘최혜국 대우(MFN)’ 가격이라 불렀다.
“美 환자들이 EU 의료체계 보조”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미 약값 인하 관련 서명 행사를 계기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복안은 제약사 협상 지원이다. 미국 등 여러 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면서 제약사와 직접 약값을 협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를 상대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라며 “이런 짓을 하는 나라들을 조사해 그들이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부담하는 가격에 추가하겠다. 그들(다른 나라)이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관세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한 제약사 이익의 배후에 다른 나라가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강변이다. 그는 미국을 상대로 제약사들이 폭리를 취해 왔다고 질책하면서도 “하지만 실제 다른 나라들이 제약사들에 이를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심하다”고 콕 집은 곳은 유럽연합(EU)이다. “미국 환자들이 독일과 EU 모든 국가의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사실상 보조해 왔다”고 주장했다.
약값은 한국의 대미 무역 협상에서도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제약사들은 자기들이 개발한 ‘혁신 신약’에 대해 한국이 보험 약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고 불평해 왔다. USTR은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제약 및 의료 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및 변제 정책과 혁신제약사(IPC) 인증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해 대상이 되는 자국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변경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하고 IPC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이 이유를 듣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