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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포퓰리스트 대 민주공화주의자

머니투데이 채진원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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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6·3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포퓰리즘(populism)이나 '표(票)퓰리즘'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 말은 표를 위해 '선심성 공약'이나 '인기영합적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자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된다.

'대중영합주의'로 번역되는 포퓰리즘의 의미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인민주의'나 '민중주의'로 번역하면 긍정적이 된다. 포퓰리즘이 소수 엘리트나 지배세력이 아닌 다수의 일반 사람을 지향하는 용어임에도 이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에서 포퓰리즘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포퓰리즘을 극복한 대표적인 예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사정 대타협에 기초한 복지'라는 중간적 노선을 제시해 우파 포퓰리즘인 독일 나치주의와 좌파 포퓰리즘인 소련 공산주의라는 양극단을 극복했다.

포퓰리즘은 이것을 선동하는 민주선동가와 함께 등장했다는 점에서 극복의 힌트가 있다. 고대 아테네 민주정이 민중선동가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보고 민중선동가의 위험성을 경고한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민주정이 중우정과 참주정으로 전복되는 이유를 '민중선동가들의 무절제 때문'으로 보고 대안으로 '혼합정'(오늘날 공화정)을 제시했다.

그는 최선의 정체로서 혼합정은 시민이면 누구나 공직에 참여하되 '법이 지배하는 정체'라고 봤다. 그는 혼합정을 법 대신 '대중과 민중의 결의'가 지배하는 '민주정'이나 민중선동가와 민중독재자에 의해 강압적으로 지배받는 '참주정'보다 우월한 체제라고 봤다.

대선 후보 중 누가 포퓰리스트고 민주공화주의자일까. 유권자로서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의 차이는 뭘까. 양쪽 모두는 국민, 민의 그리고 국민주권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럼에도 이 둘은 다음과 같이 분명 다르고 차이점이 있다.


첫째, 전자인 포퓰리스트는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해 소수 엘리트와 기득권을 타파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집단적인 일반의지'를 강조하는 '광장정치'나 '인민재판'을 선호한다. 하지만 후자인 민주공화주의자는 보통선거,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법치주의 등 대의제를 선호한다.

둘째, 후자는 전자처럼 국민은 미분화한 집합적 존재로서 '전체주의적인 국민'이 아니라 개인적 자율성을 가지면서 공론장에 참여하는 '숙의적인 시민'을 상정한다. 셋째, 후자는 전자처럼 소수 엘리트와 기득권층을 타파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누가 집권하더라도 소수파가 지배당하지 않도록 '비지배적인 자유상태'(국민통합, 공화상태)를 추구한다.

넷째, 후자는 국민주권 실현의 리더십과 관련해 견제와 균형 및 공공성 실현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극체제나 선동정치가 강조되는 카리스마 리더십보다 대화와 토론, 공론적 숙의를 사용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선호한다. 다섯째, 후자의 지지기반은 비판적 시민(정치관심층)이지만 반대로 전자의 지지기반은 폭민(정치혐오층, 정치무관심층)이다. 여섯째, 후자의 지도자-지지자 관계는 전자처럼 일방적 추종-충성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상호협력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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