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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받아친 젤렌스키 “푸틴, 직접 나와라”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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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예상 밖 평화협상 제안에 ‘정상끼리 만나서 담판짓자’ 역공
왼쪽부터 순서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왼쪽부터 순서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휴·종전 협상이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의 ‘채찍’에 마지못해 협상에 끌려나온 양국이 예상 밖 제안으로 서로를 견제하며 치열한 외교적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오후 소셜미디어에 “15일 튀르키예에서 내가 직접 푸틴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앞서 튀르키예에서 협상을 하자는 러시아의 일방적 제의를 수용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담판을 요구한 것이다.

푸틴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의 직접 협상을 제의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러시아가 마침내 전쟁 종식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러시아가 12일부터 무조건 휴전에 나서면 직접 협상 제안에 응할 수 있다”며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후 추가 입장을 통해 제안을 수용하되 “그럼 푸틴이 직접 나오라”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젤렌스키가 입장을 바꾼 결정적 이유는 트럼프의 압박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은 휴전협정보다 유혈 사태(전쟁) 종식을 위한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즉시 (푸틴의 제안에) 동의해야 한다”며 젤렌스키를 압박했다.

결국 젤렌스키는 반나절 만에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트럼프의 요구에서 한 발 더 나가 자신과 푸틴이 직접 만나는 정상 간 협상을 제안했다. 추가로 공개한 동영상 연설에선 “푸틴도 튀르키예에 오기를 바란다”며 이를 더 명확히 했다. 또 ”이번에는 푸틴이 (자신을 만나지 못하는) 핑계를 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2023년 5월 본지 인터뷰에서 “푸틴은 나를 만날 용기가 없기 때문에 만나지 않으려 한다”고 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더타임스 등은 “평화주의자 흉내를 내며 휴전을 회피하려던 푸틴이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도 푸틴을 겨냥한 공세에 가세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X에 젤렌스키의 글을 공유하며 “진정한 지도자는 이렇게 행동한다. 러시아 측이 그런 용기의 한 조각이라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비꼬았다.


푸틴이 튀르키예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푸틴의 핵심 참모인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은 회담에 누가 참석할지에 대해 “곧 발표할 것”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푸틴과 젤렌스키가 이스탄불에서 대면할 경우 2019년 12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현재로선 푸틴이 협상장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푸틴은 2019년 취임해 5년 임기를 넘긴 젤렌스키를 정상적인 지도자로 인정 못한다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지난해 정상적으로 대선을 치르지 못했다. 젤렌스키는 전시 계엄령 조항에 따라 연장된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액시오스 등도 “푸틴이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나올 이유가 없어, 고위급 대표단의 만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푸틴의 직접 협상 제안 자체가 실질적 협상이 아닌, 외교적 술수(diplomatic maneuver)란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직접 협상의 장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양자 협상에 미국 혹은 유럽 국가 대표가 배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국무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14~16일 사흘 일정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들과 비공식 회의를 갖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젤렌스키는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새 교황 레오 14세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 통화에서 러시아에 납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송환 문제를 논의했다. 젤렌스키는 “교황에게 우크라이나의 휴·종전 의지를 설명하고, 우크라이나 방문도 요청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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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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