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정보기관 산하 조직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관련 자료를 비롯해 핵 작전 지침, 주한 미군 작전 계획 등을 우리나라 현역 병사를 포섭해 빼돌리려 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 3월 포섭한 현역 병사를 만나 기밀을 빼내려고 제주도로 입국한 중국인 연락책을 체포하면서 이들의 공작 전모가 드러났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중국인 연락책 A씨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공소장을 보면,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 격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산하 정보국이 장기간 치밀한 작전으로 우리 군 내부 정보를 노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이 조직의 정보원이자 연락책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4월.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A씨가 중국군 정보기관의 산하단체를 이끌고 있는 B씨를 만나면서부터다. B씨는 그에게 대만의 반중 단체, 대만 독립 단체의 동향 등을 수집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때부터 사실상 정보원 활동이 시작됐다. 10여 명으로 꾸려져 있는 B씨 조직은 군사기밀을 빼낼 사람을 포섭하는 모집책, 신뢰 관계를 갖출 연락책, 해외 통역 담당자, 기밀의 가격을 책정하는 회계 담당자 등 체계적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중국인 연락책 A씨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공소장을 보면,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 격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산하 정보국이 장기간 치밀한 작전으로 우리 군 내부 정보를 노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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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
A씨가 이 조직의 정보원이자 연락책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4월.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A씨가 중국군 정보기관의 산하단체를 이끌고 있는 B씨를 만나면서부터다. B씨는 그에게 대만의 반중 단체, 대만 독립 단체의 동향 등을 수집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때부터 사실상 정보원 활동이 시작됐다. 10여 명으로 꾸려져 있는 B씨 조직은 군사기밀을 빼낼 사람을 포섭하는 모집책, 신뢰 관계를 갖출 연락책, 해외 통역 담당자, 기밀의 가격을 책정하는 회계 담당자 등 체계적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 군을 노린 것은 그해 12월이다. B씨는 가짜 이름 네 가지를 사용하며 군 관련 주제로 개설된 소셜미디어 단체 채팅방에 참여해 정보원을 물색했다. 2023년 7월 강원 양구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이던 현역 병사 C씨와 접촉했다. 그는 350만원을 C씨 계좌로 먼저 보낸 뒤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 연합 훈련’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 C씨가 병사 수준에서 알 만한 정보를 모아 보내자 B씨는 “자료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지만 믿음 증진 차원으로 원고료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의 ‘작계 5077’을 예로 들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부탁했다. 작계 5077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 민간인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작전 계획이다. 이때까지는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이었다.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그해 10월 B씨는 C씨에게 정보원을 보내 목걸이와 손목시계, 단추 형태의 몰래카메라 기기 등을 전달하고 기밀 자료를 촬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보와 대가를 거래하는 방식도 ‘데드드롭’으로 바꿨다.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기밀과 금품을 갖다 놓고 몰래 가져가는 ‘스파이 수법’이다. B씨는 작년 3월 사드 관련 자료, 대만 정세, 한미 연합 훈련에 관한 자료 등을 요구하며 “사드, 미군에 관한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즈음 C씨는 방첩 당국에 적발됐다. C씨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자, B씨는 정보원 A씨를 보냈다. 직접 만나 믿음을 쌓아 정보를 빼내라는 것이었다. A씨는 작년 5월 31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했고, 이튿날 접선 장소로 약속한 한 펜션에 도착했다. 그는 “그동안 정말 고맙다”며 정보를 더 빼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A씨가 만난 사람은 C씨가 아닌 방첩 당국 관계자였는데, 그 자리에서 A씨를 체포하지 않았다.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고급 정보를 줄 것처럼 속이면서 일종의 ‘위장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방첩 당국은 이들의 범행을 6개월여 동안 지켜봤다. B씨는 A씨를 통해 보안 프로그램이 깔린 휴대전화, 5000달러가 든 봉투, 현금 카드 등을 전달하고 핵 작전 지침 자료와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 관련 자료 등 고급 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군에 비상이 걸리자, B씨는 다급해졌다. 지난 1월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A씨를 제주도로 보내겠다”며 C씨와 마지막 거래를 시도했다. 2024년 이후 한미 연합 훈련 내부 평가, 핵 작전 지침 관련 자료, 북한 남침을 대비한 한미 연합 작전 계획인 ‘작계 5030’ 관련 자료 등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했다. 지난 3월 27일 제주도로 입국한 A씨는 C씨로 위장한 방첩 당국 관계자를 만나 군사기밀 2건이 담긴 USB를 덥석 받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25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아직 현역인 C씨는 군검찰이 계속 수사 중이다. C씨가 B씨에게 넘긴 군사기밀은 모두 21건이고, B씨는 C씨에게 한화 3320만1000원과 미화 1만2000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간첩 혐의는 적국(북한)에만 적용할 수 있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한다.
주진우 의원은 “중국 등 외국의 간첩 행위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고,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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