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3.7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객실서 타격 연습하며 7연승… ‘홈리스’ NC 독해졌다

조선일보 양승수 기자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야구장 사고로 40여 일간 ‘떠돌이’… 성적 9위로 추락하다 4위 급상승
‘홈리스(Homeless)’ 신세 NC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야구 NC는 지난 3월 29일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사고로 구장이 안전 점검에 들어가면서 이후 지금까지 떠돌이 신세다. 홈 경기는 연기됐거나 임시로 다른 팀 구장을 홈으로 쓰는 편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40여 일간 29경기를 ‘집 밖’에서 소화했다. 객지(客地) 생활이 길어지면서 팀 성적도 6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 반전의 기미도 없었다. 원래도 약체로 분류됐던 전력. 시즌 전 NC가 ‘가을 야구’ 커트라인(5위)에 들어갈 거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그래픽=이민경

그래픽=이민경


그런데 최근 달라졌다. 지난 3일 사직 롯데전부터 8일간 7승 1무. 9위(10승 18패)에서 4위(17승 18패 1무)로 도약했다. 선수와 팬들이 설움을 오기로 자양분 삼아 응집력으로 승화시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고 이후 NC는 경기를 치르느라 전국을 순회하면서도 집(창원)에는 한 번 들렀다. 그리고 다시 원정길에 올랐다. 원정의 고충은 홈 경기장에 마련한 실내 연습장이나 훈련 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선수들은 원정지 숙소 옥상이나 객실 안에서 개인 훈련이나 연습을 해야 했다.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NC 구단 관계자는 “다른 팀도 원정에선 비슷한 상황이지만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호준 NC 감독은 루틴과 징크스에 예민한 편이다. 손톱을 깎으면 그날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반드시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만 깎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지금 유랑 생활이 더 달갑지 않다. 이 감독은 “홈이라면 선수들이 루틴대로 몸을 풀고 경기 전후 대비를 할 수 있었다”면서 “작게라도 지키던 일상들이 무너지면 선수들은 찜찜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악전고투 속에서 선수들과 팬들은 되레 뭉쳤다. “홈 팬 없는 원정 구장에서만 싸웠지만, 응원 온 팬들 덕에 감동을 받고 힘을 더 내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초반 흔들렸던 마운드는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외국인 1-2 선발 투수 라일리(29)와 로건(28)이 연착륙했다. 라일리는 최근 3연승. 강호(LG와 KIA, KT)들을 상대로 19이닝 1실점이다. 5승 2패 평균자책점 3.63. 로건도 최근 2경기 12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도 5월 들어 팀 타율 0.308 OPS(출루율+장타율) 0.901 홈런 12개로 모두 리그 1위다. 천재환(31)이 0.467(30타수 14안타) 3홈런 9타점 4도루로 선봉에 섰다. 2군에서 올라온 한석현(31)은 0.300 9타점, 지난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이 0.433 2홈런 8타점으로 화력을 보탰다. 포수 김형준(이 기간 0.318 3홈런)은 승부처마다 홈런포를 터뜨려 상승세를 이끌었다.

NC는 일단 16일부터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키움과 주말 3연전이 시작이다. 창원시가 “창원NC파크 정비를 18일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NC는 “확실한 일정이 아니라 일단 구장을 마련해준 울산시를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NC는 6월 17일 상무에서 전역하는 좌완 에이스 구창모(28)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구창모는 2016~2023년 7시즌 통산 47승(37패) 3.68로 한국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그가 돌아온다면 그동안 팀 평균자책점 리그 9위(5.31)로 불안했던 NC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후 홈구장을 재개장하고 미뤘던 홈경기를 하나둘 다시 치르게 되면 남은 일정에서 홈경기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NC엔 이번 사고가 ‘전화위복’으로 바뀌는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양승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