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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0대 공약, 성평등·여성 정책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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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10대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이한주(왼쪽 다섯번째) 총괄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10대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이한주(왼쪽 다섯번째) 총괄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10대 공약에서 ‘성평등’과 ‘여성’ 관련 공약이 사라졌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여성 관련 공약을 별도로 발표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 쪽에선 “10대 공약에 담지 않았을 뿐 전체 공약엔 포함될 것”이라고 했지만, 공연히 갈라치기 논란에 휘말려 표만 잃을 수 있다며 언급을 피해가는 것이다.



이 후보는 12일 10대 정책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여기엔 인공지능(AI·에이아이) 100조원 투자와 정치보복 관행 근절 등이 포함됐는데, 성평등이나 여성 관련 정책 공약은 없었다. 노동 공약에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등을 넣은 것과 소상공인 공약에 여성 소상공인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며 정책 5순위 부문에서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을 담았으나, 여기에도 여성이란 표현은 없었다.





20대 대선 땐 ‘여성 안심 대통령’ 내세우더니…





20대 대선 때 이 후보가 보여줬던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당시 대상별 공약에 ‘여성’ 분야를 따로 만들어 젠더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 대책 등을 내놨다. 기업의 성평등 경영 지원 및 성별과 연령을 고려한 내각 구성 등 성평등 관련 공약도 포함됐다. ‘성평등 사회’를 테마로 유세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날 10대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성 관련 공약이 지난 대선에 비해 축소됐다’는 지적에 “여성 공약이 축소 후퇴했다는 평가는 근거 없다”며 “전체 공약집에 여성 공약 부분이 별도로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쪽에선 이달 중 공개될 전체 공약집에 성평등 및 여성 공약을 넣겠다고 하지만,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선 여성이나 성평등에 관한 언급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청년 정책’을 발표하던 중 기자들이 ‘2030 여성이나 남성 관련 공약을 따로 발표할 것이냐’고 묻자 “왜 자꾸 남성, 여성을 가르냐. 그냥 다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말로 눙치고 넘어갔다.



실제로 민주당 선대위 여성본부에선 ‘여성’을 타깃팅한 공약보다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공약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여성본부 관계자는 “광장에서 만난 2030 여성들은 본인을 챙겨달라고 하지 않고 장애인이나 소수자 등에 관한 평등의 가치를 말했다”며 “2030 여성의 요구가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내용이지 특별히 2030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10대 공약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성에 대한 보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런 과정에서 또래의 남성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며 “남성들에 대한 존중도 챙겨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반감을 예로 들며 “이런 것들이 참 어렵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빛의 혁명’ 수차례 언급…광장서 나온 차별금지 의제는?





12·3 내란 사태 당시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각자가 처한 저마다의 구체적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연대했다. 다양한 문제들이 언급됐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차별금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후보나 민주당에선 ‘광장’과 ‘빛의 혁명’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와이더블유에이(YWCA)회관에서 열린 ‘여성 유권자, 21대 대선을 말하다’ 정책토론회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여성·성평등 정책 공약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를 주최한 여성신문은 2030 여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의료 체계 구축과 비동의 강간죄 도입,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가장 원하는 정책으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희 민주당 의원(중앙선대위 정책본부 부본부장)은 “10대 공약에는 없지만 디지털 성범죄나 여성 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 생애주기별 건강권 보장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며 “성평등 관련 부분을 더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선 “종교계의 엄청난 반발이 있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성준 본부장도 이날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합의가 되면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별 지우기 전략의 함정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 후보를 포함해 21대 대선 후보자들이 성평등이나 여성 의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두고 “성별 지우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민주당에서 ‘우리는 여성 정책을 말하지 않고 청년 정책을 이야기한다’라고 하는 것도 함정”이라며 “성별 지우기는 보편주의라는 이름으로 성별 문제를 은폐시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략은 성차별을 존재하지 않는 문제로 강조하거나 보편주의 담론 속에 희석하는 전략”이라며 “외견상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불평등 존재 자체를 비가시화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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