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추정 인질 20명 중 미국인만 석방
"미국, 협상 타결 전 정보 공유도 안 해"
"전쟁 강경파 네타냐후에 경고장" 해석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 끝에 미국인 인질 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건너뛴 '미국·하마스 직접 거래'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하마스에 대가를 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최우방국인 미국으로부터 '패싱'당한 이스라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이중국자인 이스라엘 군인 에단 알렉산더(21)가 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질 58명(생존자는 20명 추정) 중 유일한 미국인 생존자인 알렉산더를 돌려보내겠다는 얘기다. 미국 CNN방송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오는 12일쯤 이스라엘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석방은 12, 13일 중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인 인질만을 콕 집은 석방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마스와 직접 담판한 결과다. 백악관은 지난 3월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접촉 사실을 처음 인정했고, 최근에도 협상을 이어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미국 정부가 1997년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후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던 관행을 깬 이례적 사건이었다. 테러 조직과 대화한다는 비판에 당시 백악관은 "미국인 생명을 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미국, 협상 타결 전 정보 공유도 안 해"
"전쟁 강경파 네타냐후에 경고장" 해석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 끝에 미국인 인질 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건너뛴 '미국·하마스 직접 거래'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하마스에 대가를 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최우방국인 미국으로부터 '패싱'당한 이스라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생존 인질 20명 중 미국인 1명만 석방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미국인 에단 알렉산더의 할머니가 지난달 20일 이스라엘 남부 니르오르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손자의 사진 피켓을 들고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니르오즈=AP 연합뉴스 |
11일(현지시간) AP통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이중국자인 이스라엘 군인 에단 알렉산더(21)가 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질 58명(생존자는 20명 추정) 중 유일한 미국인 생존자인 알렉산더를 돌려보내겠다는 얘기다. 미국 CNN방송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오는 12일쯤 이스라엘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석방은 12, 13일 중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인 인질만을 콕 집은 석방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마스와 직접 담판한 결과다. 백악관은 지난 3월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접촉 사실을 처음 인정했고, 최근에도 협상을 이어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미국 정부가 1997년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후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던 관행을 깬 이례적 사건이었다. 테러 조직과 대화한다는 비판에 당시 백악관은 "미국인 생명을 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네타냐후 "전쟁 목표 달성" 고집
한 아이가 지난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이 철천지 원수인 하마스와 직접 협상하는 것을 막지 못한 꼴이 됐다. 게다가 TOI는 이날 "미국은 하마스와 협상이 끝난 뒤에야 이스라엘에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비록 이스라엘이 자체 정보 활동을 통해 미국·하마스 대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양측 대화 과정에서는 사실상 소외되어 있었던 셈이다. TOI는 휴전을 원하는 하마스가 알렉산더 석방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협상 타결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가자 전쟁을 강행하는 네타냐후에 점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오는 13~16일 중동 순방 일정에도 이스라엘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중동 평화 구상을 따르지 않자 '미국·하마스 직접 거래'라는 압박 카드를 꺼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것이 전쟁 종식을 위한 첫걸음이길 바란다"며 추가 협상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미국은 '하마스가 알렉산더를 아무런 보상이나 조건 없이 석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이스라엘은 자체 정책에 따라 전쟁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하마스 거래의 의미를 축소하며 '표정 관리'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이스라엘인 인질 가족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평화 협상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동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TOI는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