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둔화 지표 나타나…美관세발 수출 둔화 가시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부진으로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관세인상에 따라 일평균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둔화'를 언급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전까진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우려만 언급했다. 오는 14일 '상반기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두고 사실상 전망치 하향 조정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KDI는 지난 8일에도 2025~2030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전망보다 0.4%p(포인트) 낮춘 1.5%로 제시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지만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생산과 내수 증가세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로 일평균 수출이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3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하며 생산 증가세 둔화 흐름은 지속됐다. 광공업생산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전산업생산 증가율이 낮게 유지되는 모습이다.

상품소비 등은 일부 완화되는 조짐이 있지만 소비자심리 위축은 지속되는 등 소비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승용차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며 소매판매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소비는 마이너스다.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등 소비와 밀접한 주요 서비스업 생산도 감소세를 보였다.

3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14.1%로 양호했다. 반도체 관련 투자의 호조와 전년 동월 마이너스의 기저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설비투자 하방 위험도 상존한다. 한국은행 제조업 설비투자전망 BSI(90)는 장기평균(95)을 하회하는 수준을 지속하는 등 기업 투자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건설투자의 감소세도 확연하다. 3월 건설기성(한달 동안 시공한 공사 실적)은 건축과 토목 모두에서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14.7% 하락했다. 다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반영되면 건설투자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출 둔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일평균 기준 대미 수출은 10.6% 감소했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대미 자동차, 철강 수출은 각각 20.7%, 11.6% 감소했다.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이 감소한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고용 여건 둔화도 지속되고 있다.

KDI는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도 대폭 하향 조정된 상태다. IMF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2025년에 2%대 후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DI 관계자는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경제 하방 압력이 작용되는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며 대내외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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