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사주 소각 제도화" 한마디에…'이 회사' 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5.4.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영증권(001720)은 지난 9일 전일 대비 4.24%(4000원) 오른 9만 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인 8일엔 장중 9만 89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1일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주가가 28% 가까이 뛰었다.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53.1%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32.51%인 롯데지주도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SK·삼성생명·삼성화재도 자사주 10% 이상 보유

자사주는 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기회사 주식을 의미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보유 중인 1주당 가치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시가총액 계산 시 자사주를 뺀 유통 주식 수를 기준으로 삼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자사주를 포함한 발행 주식을 토대로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기업들이 자사주를 아예 소각해야만 주주 환원 효과가 발휘된다.

윤석열 정부도 기업 가치 제고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 유도책을 내놨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부터 자사주 보유 비중이 5%를 넘는 기업이 자사주 보유 현황과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취득한 뒤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주주가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야 한다.

시장에선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시 자사주 소각이 법제화되면 참여 기업들이 더 늘 것이라 보고 있다. 시가총액 50위권 기업 중 SK하이닉스(5.16%), KB금융 (6.82%), 네이버(5.81%), POSCO홀딩스(6.56%), 크래프톤(6.92%), 삼성화재(15.93%), 삼성생명(10.21%), SK(24.80%) 등이 이달 8일 기준 발행 주식에서 자사주 비중이 5% 가 넘는다.

일률적 자사주 소각 가능할까

재계에선 자사주가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현실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소각이 뒤따라오는 미국과도 비교가 많이 되지만 차등의결권과 같은 방어권이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를 위해 자사주 취득 및 보유 의무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후보도 8일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 '경제 톡톡'에 출연해 "우리가 자사주 소각을 '원칙'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는 예외 없이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고, 기존에 (자사주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에 고유의 목적이 있는데 그것을 강제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작용이나 이런 것들은 들어보고 토론도 해보고 시행도 해보고 하면서 조금씩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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