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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모든 소년은 시인이다

조선일보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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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ΟΟ학교라고 있다. 그곳에 처음 가본 이라면 평일인데 교문이 닫혀 있으니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이 학교의 또 다른 이름은 춘천소년원이다. 사고를 쳐 법원에서 보호 처분을 받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원래 학교로 돌아간다.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은 검정고시 준비를 한다. 의왕에 있는 ΟΟ학교의 다른 이름은 서울소년원이지만 대외적으로 소년원이란 명칭은 쓰지 않는다.

이렇듯 전국 열 곳에 이르는 학교가 법무부 소속이다. 그 안에서 또 사고를 쳐 징벌방에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 출신이 훗날 성인 교도소에 가는 경우도 꽤 된다. 소년원 출신자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어른들이 관심을 가졌다. ‘시(詩) 치료’를 소년원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시도를 했는데 한 곳에서는 실패했고 한 곳에서는 성공했기에 사례를 밝힌다.

마침 5월이기에 ‘어머니의 은혜’를 갖고 대화를 나눈 뒤에 시를 써보자고 유도할 계획을 갖고 소년원에 갔다. 시에 관심이 있는 스무 명 정도가 앉아 있었다.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 함께 갔던 여행지, 어린이날의 추억을 얘기해 보자고 했는데 아이들 표정이 펴지지 않았다. 실수였다. 한참 만에 한두 명이 입을 열기 시작해 이어지는데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로 인한 괴로움, 새엄마에 대한 서운함, 가출한 엄마, 면회 오지 않은 엄마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었다. 엄마를 다룬 동시 몇 편을 소개해 주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특강을 마쳤다.

다른 곳에 가서는 일전의 실패를 거울 삼아 미운 아빠에 대해 성토해 보자고 말을 꺼냈더니 신바람이 나서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런 연후에 시를 쓰게 했더니 이런 작품들이 나왔다. ‘소년원에 왔을 때 아버지한테 맞아서 눈물이 났다/ 아파서 운 것이 아니라 너무 안 아파서 울었다’ ‘내가 커서 보니/ 아버지가 가끔/ 한없이 작아 보였다’ ‘사고를 친 아들/ 우시는 아버지/ 세상이 꺼지듯/ 내 마음도 찢어졌다’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 때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 아프지 마.’ 아이들은 아버지를 비난한 게 미안해 사과하듯이 시를 썼다. 아이들이 다 시인이 되어 있었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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