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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콘클라베 추기경들의 기도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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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는 언제나 간절한 기도로 시작된다. 교황 레오 14세를 선출한 이번 콘클라베도 지난 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로 막을 올렸다.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 133명 전원이 신자들과 함께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았다. 미사를 집전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어렵고 복잡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교회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교황이 뽑히기를 기도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추기경들은 오직 교회와 인류의 선익(善益)만을 마음에 새기고, 모든 개인적 고려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기경도 사람이다. 오랜 세월을 성직(聖職)에서 보내며 마음을 갈고닦아 왔다지만, 각자가 품은 신념과 입장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피부색, 민족, 국적, 출신 배경 등에서도 자유롭기 힘들다. 자신이 속한 교구나 단체의 목소리 역시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14억 신자를 이끄는 거대한 가톨릭교회 조직에서 추기경까지 된 인물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언론 매체들은 “이번엔 이탈리아인 교황 차례”,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교황도 나와야 한다”, “전임이 진보였으니 이번엔 보수” 같은 전망도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레 추기경 말대로 ‘모든 개인적 고려를 내려놓고’ 오직 교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판단을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기도가 필요하고, 또 의지하게 되는 듯싶다. 개인의 좁은 시야를 넘어 공동체를 위한 지혜와 통찰을 구하는 행위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입장 직전에도 사도궁에 모여 기도를 올렸다. 성당으로 향하는 행렬에선 하느님의 뜻이 성령을 통해 자신에게 닿길 바라는 성가를 한목소리로 불렀다. 매번 투표 전, 또 투표 후에도 추기경들은 늘 함께 기도했다고 한다. 과연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혹시 편견·욕심·유혹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성찰하면서 교회와 인류를 위해 합당한 교황을 뽑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콘클라베를 지켜보며 한국을 떠올렸다. 불과 20여 일 후 대선이 치러진다. 역대 가장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국민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법과 양심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개인적 이득과 주입된 편견에 사로잡혀 한 표를 던지려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한국에도 콘클라베의 기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보편적 윤리와 이성을 잣대로, 개인이나 소속 집단이 아닌 우리 공동체 전체와 후손의 선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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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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