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신드주 하이데라바드에서 사람들이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 휴전을 축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기를 가까스로 피한 채 10일 전격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경 인근에서 폭발음이 이어지며 휴전 위반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이 합의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오후 5시(인도 현지시각·미국 동부시각 오전 8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밤샘 중재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파키스탄은 곧바로 휴전 발효 사실을 공식 확인했고, 인도도 이어서 휴전을 발표했다.
다만 미국의 중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이 엇갈렸다. 인도 정부는 “이번 합의는 양국 간 직접 협의를 통해 도출된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을 부인한 반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평화 중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 차이는 예상됐던 일이다. 허드슨연구소의 인도·남아시아 담당 연구원 아파르나 판데 박사는 “인도는 늘 중재를 거부해왔고, 파키스탄의 경우엔 국제사회의 개입이 인도에 압박을 가할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시엔엔(CNN)에 설명했다.
이번 충돌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유명 관광지 파할감에서 발생해 26명이 숨진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인도 정부는 1947년부터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다퉈온 파키스탄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파키스탄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7일 보복 공습했다. 이후 두 나라는 미사일 공격과 드론, 전투기 공중전을 주고받으며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다. 파키스탄군이 한때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수 있는 국가지휘권(NCA) 회의를 소집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핵 회의 소집 예정이 없다고 부인하긴 했지만,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전날인 9일까지만 해도 제이디 밴스 미 부통령은 “이 전쟁은 미국의 책임이 아니며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9일 밤 미 국무부는 양국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첩보를 보고받고 입장을 바꿔 본격 중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 지속 여부는 미지수다. 10일 밤에도 양국의 국경인 ‘실질통제선’ 인근에서 폭발음이 이어졌다. 인도령 카슈미르 주지사인 오마르 압둘라는 “이게 무슨 휴전이란 말인가? 스리나가르 전역에 폭발음이 울리고 있다”고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휴전을 위반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반면 파키스탄은 인도가 위반했다며 서로를 비난 중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공격이 도화선이 되어 휴전 협상이 자칫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킹스칼리지대 국제관계학 교수인 하르시 판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과거 대결 때보다 한층 위험한 접근 방식을 택하면서 파키스탄에 경고를 보냈다”며 “앞으로 어떤 ‘테러 행위’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도에서 발생하는 모든 테러 행위는 전쟁 행위로 간주될 것”이란 인도 정부의 태도에 비춰볼 때, 카슈미르 등지에서 테러나 국지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두 나라 모두 다시 군사적 대응에 나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무역 중단, 비자 취소 등 기존 보복 조치도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파키스탄으로 흘러들어가는 인더스강 지류를 막아버린 조처도 유지 중이다.
정유경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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