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가부채 비율 54.5%...처음으로 非기축통화국 평균 넘어서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55%에 육박하면서 처음으로 비(非)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 나왔다. 부채 비율은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해 5년 뒤인 2030년에 6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 폭도 비기축통화국 중 두 번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IMF가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4월호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4.5%로 전망됐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치(54.3%)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일반정부 부채는 국내에서 주로 쓰는 국가채무(D1: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의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정부 채무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각 나라의 부채를 비교할 때 주로 활용한다.

2016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39.1%로 비기축통화국 평균(47.4%)보다 낮았다. 그러나 코로나 19 대응,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확장, 복지 명목 지출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2020년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IMF는 한국의 부채 비율이 앞으로도 빠르게 상승해 5년 뒤인 2030년에는 59.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5년간 4.7%포인트(p)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체코(6.1%p)에 이어 비기축통화국 중 두 번째로 높은 폭이다. 아울러 2030년 전망치(59.2%)는 같은 시점 비기축통화국 평균치(53.9%)를 5%p 이상 웃돈다. 반면 비기축통화국 중 뉴질랜드(-0.5%p), 노르웨이(-2.7%p), 스웨덴(-2.8%p), 아이슬란드(-12.4%p) 등 국가들은 향후 5년간 부채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2030년 부채 비율은 미국(128.2%), 일본(231.7%), 영국(106.1%) 등 주요 7개국(G7)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들 국가는 기축통화국으로 국제 자금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비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국보다 채권 등의 수요가 낮아 재정 건전성 관리에 더 유의해야 해 통상적으로 부채 비율을 더 낮게 관리한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연금, 건강보험 등 의무 지출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총요소생산성 증가 속도까지 둔화하면서 경제 활력도 저하하고 있다. 심지어 다음 달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감세·복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향후 재정 여력 축소와 부채 확대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IMF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부채 비율은 54.5%로, 지난해 10월 전망(54.3%) 때보다 상향 조정했다. IMF가 부채 비율 산정 방법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최근 경기 둔화 상황과 정부 채무 확대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앙정부 채무는 이미 1200조 원을 넘어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현실화하면 국가 채무가 빠르게 증가해 올해 13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투데이/세종=조아라 기자 (ab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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