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첫날 종료, 내용 비공개…트럼프 “많은 합의”

10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국 주재 스위스 대사의 관저 입구가 촬영된 사진. 이곳에서는 미·중 고위급 인사들이 관세 문제를 놓고 회담을 진행 중이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협상은 11일에도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많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담을 했다. 많은 사안이 논의되었고, 많은 부분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인 재조정이 우호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졌다. 미국과 중국 모두를 위해 중국 시장이 미국 기업에 더 개방되기를 바란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약 10시간 동안의 1차 회담을 마친 뒤 양국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회담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다. 미국 시비에스(CBS) 뉴스는 “양국 대표단이 민감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성과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협상은 제네바 주재 유엔 스위스 대사의 관저인 18세기 저택 ‘살라댕 빌라’에서 진행됐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관세를 적용하면서 본격화한 무역 갈등 이후 처음 열리는 대면 회담이다. 미국 쪽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관세 수준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1기 무역정책을 설계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도 동석했다. 강경한 대중 정책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무역고문은 협상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쪽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로 참석했다. 보안 책임자인 왕샤오훙 공안부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강조하는 펜타닐 문제 역시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8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타협의 여지를 시사하면서도, “지금 당장 합의가 없더라도 미국에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80% 관세도 양국 간 무역 대부분을 차단하는 높은 수준의 관세다. 중국은 협상 의사를 밝히면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고율 관세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 당장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의 초점이 ‘대규모 무역 합의’보다는 ‘긴장 완화’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어 대표도 협상을 앞두고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대화는 우리가 안정적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더 큰 논의의 토대가 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중국과의 ‘대형 무역 합의’를 꿈꿔 왔다. 한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시엔엔(CNN)에 “트럼프에게 대중 무역 합의는 경제적 노벨상과도 같은 집착의 대상”이라며 “이번 회담이 그 욕망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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